유럽여행이 깜빡이도 안 켜고 내 인생에 쳐들어왔다

프롤로그.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함께한 유럽여행 시동걸기 (부글부글=33)

by 아무

나는 유럽에 갈 생각이 없었다

내 친한 친구들이 어느새 유럽에 2번씩이나 다녀왔는데 말이지



유럽에 가기 싫었다는 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돈 때문에 겪었던 행동의 제약들이 익숙해져서 모두의 버킷리스트라는 유럽여행은 진작에 지웠을 뿐이다 (((슬픔 금지)))

그래서 내 인생에 유럽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유럽에 다녀왔다

취업하고 나니까 돈이 생겨서

무엇보다 휴가 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아니, 그 무엇보다 팀장님이 이렇게 말하니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너 이번에 휴가 안 가면 올해엔 못 갈지도 몰라"


옆에서 선배들은 동조하고..

몇 년 동안 휴가 못 간 얘기해주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고..



저 말을 듣고도 휴가를 안 갈 수 있는 자가 있으면 나에게 돈을 던져라!

(돈 아니고 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3일 고민한 뒤에 팀장님한테 휴가 간다고 통보하

(아무것도 안 알아보고 순수하게 '고민'만 했다)


여행지 도착하기 전까지 설사병을 앓다

(대뇌부터 대장까지 온몸이 온 힘을 다해 긴장했다)


출국 전날 항공권 결제 완료하

(1주일 여유 있었는데 카드할인 받으려고 발급 받느라 늦었다)


공항 가기 3시간 전에 짐싸기 완료하

(퇴근하고 벼락치기 쇼핑하느라 늦었다 캐리어 작아서 테트리스로 짐 싸느라 더 늦었다)


아침에 당연하게 늦게 일어나

(집에서 10분 거리에 공항버스 다니는 거 놓쳐서 아빠찬스로 다른 동네가서 탔다)


계획도 없이

(항공권을 안 샀으니까 엎어질수도 있잖아, 라는 이상한 논리로 미뤘다)


생각지도 못하게 9박 10일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이제부터 이 대책없는 여행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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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지금 안 가면 안 될 것처럼 말했던 팀장님은 내가 계속 버둥대기만 하니까 원하는 날짜로 미뤄줄 테니 준비 잘 하고 가라고 하셨다. 뭐야 지금 아니면 안 된다면서요!


덧2) 그래도 나는 '이번 아니면 안돼'교의 광신도가 되어서 미룸지옥 지금천국 정신으로 노답여행을 진행했다


덧3) 어쩌면 이걸 보고 극소수는 나를 용감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다. 여행자 보험에 사망금 지급 옵션까지 빵빵하게 채우고 떠났으니까! 하하!


덧4)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