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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츠이너프 Feb 21. 2021

지갑을 못 비우겠다면, 지갑 속 비우기

지갑은 차마 못 비우겠다 싶은 분들을 위한 가벼운 지갑 미니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시는 분들이 지갑 비우기를 하시는 건 많이 봤는데 지갑 속 비우기를 하는 건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온갖 것들을 억지로 깡그리 비워내는 것은 나의 '가벼운 미니멀 라이프' 신조에 맞지 않다. 오랜만에 지갑을 털어 보다가, 이 콘텐츠와 만나신 분들이 본인의 지갑을 한 번씩 열어보셔서 정리를 해주면 참 뿌듯하겠다는 마음이 들어 기록해본다. 


나에게는 10년이 지난 페라가모 지갑이 있다. 구남친(a.k.a. 신랑)이 프로포즈를 할 때 선물해 준 건데, 작고 반짝이는 에메랄드 상자에 담긴 그 무엇을 살까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까워서 그 돈으로 엄청난 선물꾸러미를 사 왔다고 한다. 그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녀석은 이 지갑과 0.1캐럿짜리 작은 다이아 목걸이이다.

트렌드는 좀 지난 것 같지만 나에겐 스토리가 있는 물건이고, 무엇보다 명품 값을 하는지 엄청 튼튼하다. 물건 험하게 쓰기로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데 아직까지 들고 다녀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꽤나 견고하다.


처음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을 때는 이 지갑도 비울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 현금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고, 지갑을 비우면 결국 카드지갑이든 파우치이든 이를 담을 무언가를 다시 구매하게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정말 최소한으로 가지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카드와 신분증 그리고 약간의 현금이 필요한데 이걸 모두 휴대폰 뒤나 화장품 안에 넣고 다니는 건 너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비우지 않고 계속 쓰게 되었고, 가방 안에 가장 어르신이 되었다.


암튼, 이 녀석을 오늘 탈탈 털어본다.

나는 생각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지갑을 털어준다. 종이 영수증도 웬만하면 받지 않는 등 쓸모없는 쓰레기들은 만들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갑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꽤 많다.

아무런 고민 없이 버릴 수 있는 녀석부터, 고민을 해야 하는 녀석 순으로 정리해보기.



1. 영수증

요즘은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니까 웬만한 결제내역은 모두 앱으로 볼 수 있어서 90% 정도는 영수증을 받지 않는데, 카드를 내고 가끔 멍 때리거나 주차 할인을 받기 위해 종이 영수증이 필요한 경우, 이렇게 지갑에 방치된다. 아주 가볍게 아웃-



2. 1개만 찍힌 스탬프 카드

이거 은근히 지갑 속에 많을 거다. 단골 영업점에서는 스탬프 카드가 쏠쏠한데, 지갑을 들여다보면 한번 가본 집들의 스탬프 카드가 나도 모르게 쌓여있다. 맘에 들어 한번 더 올 것 같은 가게라 받아두지만 10번을 올 정도로 사랑하는 가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골집이 아니라면 1-2개가 찍힌 스탬프는 보내주자! 애초에 처음 가는 가게의 스탬프 카드는 보류해보고, 찐 단골이 된 이후부터 모으는 것도 방법. 



3. 괜히 뭉텅이로 챙긴 명함

(모자이크가 귀찮아 가린 손... 이해해주세요)

사실 요즘에는 명함을 쓸 일이 많지도 않은데, 식당에서 이벤트 하는 용도라도 쓰겠다며 10개씩 넣어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10개를 한꺼번에 쓸 일은 평소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제는 회사 명함 3개, 가족과 함께하는 사업자 명함 3개만 들고 다닌다.

+ 남의 명함은 들고 다닐 필요도, 종이 명함을 보관할 필요도 없다. 연락처를 휴대폰에 입력해두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남의 명함은 모두 아웃시켜 주세요-




4. 현금은 얼마나?

사람마다 생각하는 비상 현금은 모두가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경조사에서 굳이 ATM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 그리고 급하게 잔돈이 필요할 때 그걸 깨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정도를 들고 다닌다. 미니멀한 비상금은 아니지만, 짤짤이 돈이 새는 구멍을 막는 용도. 특히 500원짜리 한 개와 100원짜리 5개는 주기적으로 개수를 맞춰서 넣어놔요! 집에 굴러다니는 거 합치면 늘 저만큼 이상은 있지요 :)




5. 카드와 신분증

신분증이야, 늘 소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보안카드도 지갑 안쪽에 잘 넣어두고 다닌다. 오히려 집에 두면 어디에 뒀는지 까먹기 마련인데, 지갑 안에 두니 오랜 시간 동안 분실하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다.

사실 대출 우대금리용 카드, 사업용 신용카드, 회사 임직원 할인 카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가 나뉘어 있어서 카드 양이 적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정말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 모두 다 해지 처리하고 1차 대정리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건들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혜택과 연회비 등을 한번 더 비교해보고 카드 개수를 조금 더 비워볼까 생각 중이다.



나는 주 사용 신용카드 1장은 휴대폰 뒤에 꼽고 다니기 때문에 사실 매일 지갑을 꺼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분증이나 비상금 등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종종 있기에 늘 들고 다니고 있고,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흘러 들어간,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주기적으로 비워주는 시간을 갖는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물건들 하나하나에 이렇게 종종 관심을 가져주고 가꿔주는 행위는 꽤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은 가꿈들이 모여 내 일상을, 내 삶을 잘 정돈시켜주는 듯한 기분이 드니까. 오늘 밤이나 이번 주말, 서재나 집 앞 카페에 앉아 지갑을 털어주고 이뻐해 주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을 추천해본다..



이렇게 왓츠 인 마이 백에 이은, 왓츠 인 마이 월렛도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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