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반부터 숙소를 나와 CBD로 걸어갔다. 날씨를 확인해 보니 낮 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오른다고 해서 선크림을 바르고 오랜만에 오프숄더를 꺼내 입었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분명히 에어컨 때문에 추울 거라 가디건은 항상 챙겨 나와야 한다.
평일이기도 하고 한창 등교하는 시간대라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걸 볼 수 있었다. 엄마랑 등교하는 아이들 못지않게 아빠랑 등교하는 아이들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출산율이 높고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 아이들을 세네 명씩 유모차를 끌며 데리고 다니는 부부들을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빠 혼자서 아이들을 능숙하게 케어하며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눈에 띄는 이유는 아마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이젠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흰 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이 더운 날씨에 자켓까지 풀착장한 사람도 몇 명 볼 수 있었다. 뭔가 호주는 늘 항상 나에게 맨발에 자유롭고 벗은(?) 느낌이 강했는데 새삼 수트를 풀착장한 모습들을 보니 매우 새롭고 낯설었다. 예전에는 해변으로 둘러싸인 동네에서 살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들 오피스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는데 청바지에 하얀 오프숄더를 입고 있는 나는 누가 봐도 그저 아침 일찍부터 놀러 다니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약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사람들을 보니까 나도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더 일하고 싶어졌다. 나도 시켜만 준다면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