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큰 캐리어 두 개를 끌며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는 버스를 예약하고 핸드폰 심카드까지 구매한 뒤 벤치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버스기사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도착했고 승객들 이름과 도착지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버스로 다 같이 이동하는데 내 캐리어가 혼자서 끌고 가기엔 너무 무거워 보였는지 고맙게도 그중 하나를 대신 끌어주었다. 그리곤 생각보다 잘 굴러갔는지 슝 밀고 잡고 슝 밀고 잡고 하면서 장난을 쳤다. 그렇게 공항을 나와 버스 앞에 도착했는데 미세먼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채도 높은 필터를 씌운 듯 아주 파아랗고 초오록 한 풍경이 펼쳐졌다. 나도 모르게 모든 긴장이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고 온도 습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해 한눈에 반해버렸다.
큰 건물들 사이로 한 명 두 명 승객들을 차례대로 내려주고 나는 초록초록한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들을 지나서 거의 마지막에 내렸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에서 꽤 오래 지낸 듯한 친구가 웃으면서 인사해 줬다.
"너 덥지 않아? 우선 그 후드티부터 벗어야 할 것 같은데."
맞다. 그때 기온은 아마 30도가 조금 안 되는 정도였을 것이고 나는 비행기에서부터 입고 온 기모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계속 에어컨이 켜져 있는 곳에 있었어서 몰랐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친구는 수영복 바지만 입고 있었고 오른쪽 가슴엔 피어싱이 있었다.
그리고 2023년 3월, 나는 다시 호주에 왔다.
이번에는 큰 캐리어 하나, 작은 캐리어 하나, 그리고 워킹 홀리데이 비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