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같은 옷을 입고 개와 산책하는 남자
처음 이 동네에 이사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따금씩 마주치는 남자가 있다.
그는 3년 내내 같은 모습이다.
항상 개와 함께였고,
사계절 내내 옷차림은 영국식 킬트다.
이 스타일은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변함이 없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이라면..
아기였던 개가 3년새 훌쩍 컸다는 점이다.
사실 자주 궁금했다.
왜 똑같은 옷을 고수하는지.
반려견을 데리고 어디를 가는지.
그에게 개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은 한 가득인데,
모르는 사람 붙잡고 물어 보는 것도 하수상한 행동이어서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개와의 동행은 영화 <하치 이야기>같기도 하고,
똑같은 패턴의 일상은 매일 같은 장면만 수 천장을 찍는 폴 오스터의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속
오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어쩌면 그는 오기처럼..
세상의 어느 작은 한 모퉁이에 자신을 심고
자신이 선택한 자신만의 공간을 지킴으로써,
그 모퉁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둘을 조우했다.
여전히 같은 모습이다.
가끔은 이 공간에 박제되어 있는 것같은 인상도 준다.
10년 후 이곳에 와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드리울 듯 싶다.
똑같은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
여전히 그의 삶이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