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생활자KAI Aug 27. 2020

가끔 누군가의 인생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사계절 같은 옷을 입고 개와 산책하는 남자

처음 이 동네에 이사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따금씩 마주치는 남자가 있다.

그는 3년 내내 같은 모습이다.

항상 개와 함께였고,

사계절 내내 옷차림은 영국식 킬트다.

이 스타일은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변함이 없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이라면..

아기였던 개가 3년새 훌쩍 컸다는 점이다.


사실 자주 궁금했다.

왜 똑같은 옷을 고수하는지.

반려견을 데리고 어디를 가는지.

그에게 개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은 한 가득인데,

모르는 사람 붙잡고 물어 보는 것도 하수상한 행동이어서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개와의 동행은 영화 <하치 이야기>같기도 하고,

똑같은 패턴의 일상은 매일 같은 장면만 수 천장을 찍는 폴 오스터의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속 

오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어쩌면 그는 오기처럼..


 세상의 어느 작은  모퉁이에 자신을 심고 
자신이 선택한 자신만의 공간을 지킴으로써,
 모퉁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둘을 조우했다.

여전히 같은 모습이다.

가끔은 이 공간에 박제되어 있는 것같은 인상도 준다.

10년 후 이곳에 와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드리울 듯 싶다.

똑같은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

여전히 그의 삶이 무척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 사는 건 어때? 한 번쯤 다르게 살아봐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