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것

by 여행생활자KAI

‘입맛’이라는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음식을 먹으며 30여년에 걸쳐 형성된 입맛. 입맛이란 건 어쩌면 내 식생활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굉장히 규칙적이고 고정적일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음식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래서 ‘입맛’이란 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카멜레온 같다. 특히 이런 경험은 ‘여행’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터키 사프란볼루에서가 그랬다. 우리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저녁식사를 미리 신청하면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든 터키 가정식을 제공했다.

주문 후 부푼 기대를 앉고 식탁에 앉았는데 메인 메뉴가 다름아닌 “가.지.찜.”이었다.


가지찜_터키.JPG


유감스럽게도 가지는 내가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다. 예뻤던 보랏빛깔이 조리를 하면 검푸른 색으로 변하는 성질도 싫었고, 입안에 넣었을 때의 물컹한 질감은 식욕을 현격히 저하시켰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왜 하필 가지찜이냐며 불만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일단 먹어보자며 눈 딱 감고 한 입 머금은 순간 가지에 대한 편견은 한 번에 사라졌다. 소고기를 갈아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은 가지찜은 생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으며 잠재되어 있던 나의 침샘을 미친 듯이 자극했다. 그토록 싫어했던 가지를 이날의 저녁 식사를 계기로 좋아하게 됐다. 30여 년 동안 거부했던 음식을 한 번에 받아들이게 되다니..그것은 신기하고도 재밌는 경험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잘 모를 때가 더 많다. 어쩌면 나는 내가 아는 것 보다 더 다양한 성질을 가진 인격체일지도 모른다. 평생 가지를 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 몸은 가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아주 즐겁게 말이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건 비단 음식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먼 여행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건 나 자신

이라고 했다. 여행을 한다는 건 그 먼 곳에서 내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찾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 왜 내게 여행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그에 앞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함이라고.

우리는 우리를 더 자세히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조금 더 간지럽게 표현한다면 우리를 더 사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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