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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Oct 06. 2019

나는 독일인이 아니라 유럽인이야

유럽사람들의 정체성과 4차혁명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유럽의 젊은 친구들은대부분의 계기가 대중문화를 통해서이다. 

남편과 같은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친구 "찬탈"역시,  "방탄소년단" 때문에 한국을 자세히 알고 싶어했고,  방탄소년단 팬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읽고 싶어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젊은 친구들의 애정도반가웠지만, 그녀가 내게 큰 인상을 남긴건 다른 데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 자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독일인이 아닌 "유럽인"이야. 



유럽인
물론 프랑스와 독일 국경 지대에서 태어난 그녀의 환경 자체가 글로벌 마인드의 토대가 되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한 마디였다.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 
한국인이 아닌 "아시아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었나?
나는 아시아인이 맞지만 한 번도 내 정체성에 대해 한국을 벗어나 좀 더 넓은 범주의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을 유럽피안이라고 소개하는 그녀의 마인드야말로 국경의 벽이 허물어지고, 통찰이라는 화두가 뜨거운 감자인 지금의 시대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유럽연합'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그들의 인식 확장에 큰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유연하게 느껴졌다. 


찬탈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 사람들이 독일에 살지만 스위스에 일자리가 생기면 고민 없이 이주를 결심하고, 다른 기회를 찾아 이태리에서 독일로 넘어오기도 한다. 보통 모국어와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스페인어나 불어 등을 제 2외국어로 구사한다. (같은 뿌리를 가진 언어이기에 우리가 배우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겠지만)

자유롭게 국경을 오가며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다른 문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만끽한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것을 소화시켜 자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킬 수 있으리라. 독일이라는 유럽의 한 가운데에 살면서 새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라는 진부한 말을 떠올리게 됐다. 


어쩌면 이러한 인식은 디지털 기술 융합으로 대변화를 가져온 4차 산업 혁명과  긱 이코노미의 확산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긱 이코노미( gig economy):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인간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물론 그 질주를 주도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이 와중에 나는 '한반도'라는 작은 나라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는 것이 아닌, 알아내는 것이 힘인 시대"


좀 더 넓은 틀, 아니 틀이란 범주는 벗어버리고,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마주해보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 역시 좀 더 다방면의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Georgia, 1996/Chuck Close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작은 분할들의 조합으로 표현한 작가 척 클로스.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 면모, 기호들이 모아져 또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이루어 낸다. 

4차혁명에서 그토록 중시하는 융복합 인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군상들이 모여서 만든 이 거대한 세계에서 나는 생각의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가며 진화하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세상의 진리가 네모라고 생각하면 모든게 다 네모로 보인다. 네모난 음식을 먹고 네모난 도구를 사용하고 네모난 사고로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의 진리는 네모도 아니고 세모도 동그라미도 아니다.

내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면, 분명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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