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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17. 2017

생애 첫 우측통행의 생소함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시도를 앞두면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된다.

1979년 처음 자동차 핸들을 잡아본 이래 39년 동안 자동차 우측에 달린 핸들을 잡아본 적이 없다.

때문에 미야코지마의 렌트카를 신청하면서부터 설렜다.

처음 일본 방문시 도로를 건너며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곤 했다.

정작 차는 우측에서 오는데, 나는 습관적으로 좌측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 우스꽝스런 모습은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를 찾을 때마다 반복되곤 했다.

걷는 것도 이렇게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 하는데, 하물며 그곳에서 반대방향의 운전을 해야 한다니..


렌트카 인수를 하면서 이곳의 일반적인 도로 제한속도가 얼마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40km."

얼마? 40? 복잡한 도심도 아니고, 이 한적한 시골길을 40km로 다녀야 한다고?

평소 같으면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었겠지만, 좌우방향이 바뀌어 쫄아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저속운행이 반갑다.

차를 인도받아 숙소로 향하면서 '좌회전은 작게, 우회전은 크게'를 머리 속에 계속 주입시켰다.

그런데, 이런... 우회전 깜빡이를 켠다고 켜니 엉뚱하게 와이퍼가 눈 앞을 어지럽게 만든다.

'아~ 이것도 국내차와는 반대구나..'


이런 거야 별 문제가 아니지만, 안그래도 왕복 2차선이 대세인 도로에서 우회전 할 때마다 맞은 편 차량을 의식해

회전을 크게 돈다고 생각하니 지나치게 좌측으로 붙게 된다.




이튿날부터 아들에게 핸들을 넘겼다.

뒷 좌석에 앉은 딸의 한마디.

"아빠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오빠가 운전하는 게 훨씬 안심이 되네."

아내는 웃음으로 동조하고, 나역시 궁색한 동조를 한다.

"60대보다 30대가 순발력과 반사신경이 우월해야 정상이지~"


***


숙소로 돌아온 아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룸 키를 방안에 둔 채 문을 잠그고 나온 것.

마스타 키를 청하려는데 주인도 안 보인다.

이리저리 분주한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집 뒤로 돌아가 창문 열고 들어가~"


그렇게 방안에 들어가서 아들에게 한 소심한 복수(?).

"신체를 이용한 판단은 네가 빠르겠지만, 위기상황에서의 판단은 아직은 아빠가 빠르다~" ^&^


아들 이겨 먹으니 좋냐고?  ㅎㅎ~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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