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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n 14. 2022

스스로 뿌듯했던 소백산 등정


1976년 1월, 2명의 친구와 2명의 후배와 함께 소백산 종주 이후 46년만에 소백산을 찾았다.


당시에는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새벽에 풍기역에 도착하여 민가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산행에 올라 석륜암에서 1박을 하고 국망봉 - 비로봉 - 연화봉 - 희방사와 희방폭포를 들러 희방사역에서 밤 늦게 청량리역으로 돌아온 1박2일 코스.

석륜암에서 후배가 팔팔 끓는 커피물을 엎어 입었던 화상, 연화봉 속리산천문대에서 식수를 얻지 못해 눈을 녹여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희방사역 인근 작은 가게의 두부와 노가리는 어찌 그리 쌌던지..


이번 산행은 의곡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비로봉 - 국망봉 - 늦은맥이재를 거쳐 의곡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대략 15.5km 코스. 소백산의 1,400m 이상 두 봉을 찍는다는데 의미를 둔 상행이다.

의곡주차장에서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까지는 5.1km.

이 코스는 일반적인 산행코스와 비교하여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산은 정상에 오르기까지 몇 번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데, 비로봉은 중간에 이따금 짧은 평지는 있지만 단 한 번의 내리막도 없다. 거의 시종일관 오르막이라 보면 된다. 좋게 보면 힘들게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손해보는 느낌은 없지만, 오르막만 이어지니 힘든 건 사실이다.


또 하나 특징은, 인위적으로 설치한 쉼터가 거의 없다는 것.

고도 1000m쯤 벤치 두 개가 있고, 거의 끝 무렵에 식탁 테이블이 하나 있을 뿐이기에 쉬려면 등산로 돌이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어야 한다.


비로봉에서 제1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완만한 능선이고, 게다가 데크로드를 조성하여 쾌적한 트레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방향 3.1km 거리인 국망봉까지는 만만치가 않다.

대부분 교행이 어려울 정도의 가파른 협로가 이어지기에 국망봉에 다다를 때까지 딱 한 팀만 마주친 게 다행일 정도.

국망봉에 도착하여 구름에 쌓인 비로봉을 뒤돌아보니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구름마저 넘기 힘들 정도로 길게 이어진 산세 끝에 보이는 비로봉.

'내가 저 끝에서 왔다고? 정말?'

만약 코스를 거꾸로 타서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비로봉을 봤다면 '저길 어떻게 가..' 하면서 포기했을 거 같다. 그만큼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저기서 왔다니..'


국망봉에서 늦은맥이재 구간은 중간중간 철쭉으로 둘러쌓인 평지로 무난한 편이지만, 늦은맥이재에서 내려오는 처음 300m 정도는 굉장히 가파르고 미끄러운 험로라 주의가 필요한데,

그 이후로도 계곡을 따라 징검다리식 울통불퉁 각이 진 돌길이 계속 이어져  발바닥의 피로도가 크다.


소백산 자락 끝을 알리는 새밭교를 지나 을전으로 들어서니

예쁘게 조성된 펜션들이 가파른 돌길에 집중됐던 신경세포들을 이완시켜 준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왼쪽 길로 나와 원점 회귀하는데 8시간이 걸렸다.

이번에 택한 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흙을 밟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돌길이라 보행이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산행을 마친 후의 성취감역시 크게 와닿는다.


다행이었던 건, 기막히게 산행에 최적화됐던 날씨.

잠시 휴식을 취하면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낮은 기온에 해가 뜨겁지 않아 그나마 피로도를 줄일 수 있었다.

국망봉 이후에는 끝까지 아무도 마주치지 않은 것도 좋았고.


이제 생전에 소백산을 다시 찾을 기회는 없겠다 생각하니 아쉬움과 뿌듯함이 함께 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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