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아무 잔상이 남지 않는 여행은 처음이다. 여행을 가면 감흥을 추억하고자 social media에 현지의 사진을 올리며 매일 간단하게라도 정리를 하는 게 습관인데, 이번 여행은 여기가 홋카이도라고 딱히 올리고픈 사진도, 기록할만한 이슈도 없다.
함께 한 친구가 "다니는 곳이 너무 밋밋하다"는 내 말에 "좋은 곳을 너무 많이 다녀 눈이 높아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얼마든지, 아니, 그 이상 멋진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오죽하면 마지막 날 가이드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곳 보시느라 애쓰셨다"는 멘트를 할까.
물론, 방문하는 장소의 지리와 역사적 유래 등 탐구여행을 하는 분들에겐 예외겠지만, 일반적인 가볍고 편하게 풍광을 즐기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운 일정일 수 있는데, 우린 친구들과 온전히 3박4일을 함께 했다는 걸로 그나마 그 실망을 상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