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중 가이드가 점심메뉴인 '오므카레정식'에 대한 설명을 한다. 오므라이스에 카레를 믹스한 식사라며 카레의 일본 변천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중 질문을 던졌다. "오므라이스 오므의 어원은 뭡니까?" 순간, 가이드의 표정이 긴장모드로 변하며 "어.. 그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시면 곤란한데.." 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아.. 오믈렛 입니다." 하며 안도의 한숨을 취하는 제스처와 함께 "어후.. 하마터면 당할 뻔했네.." 라고 너스레를 떤다. 몰랐던 거 같은데, 그 짧은 잠깐의 과정을 통해 가이드의 순발력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므카레정식으로 점심을 마친 후 먼저 도착한 곳은 [아오이이케], 푸른 연못이다.
연못이라기엔 규모가 크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푸른 빛을 띈 수면과, 나무가 수중에 뿌리를 박고 있는 모습 때문. 2주 전엔 비가 많이 와 물이 흑탕이 됐었다며 우리에게 운이 좋다는데, 일본 최남단 미야코지마의 영롱한 에메랄드 빛 수면이 강하게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내게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중 나무 역시 청송 주산지에 워낙 튼실한 게 있어서..
[흰수염폭포]는 아오이이케에서 20분 거리의 시로가네 온천마을에 있다.
멀리서 보면 수염 형태로 보이긴 한다.
버스 뒷자리에 앉은 여인이 의자 뒤에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율하에게 말을 건넨다. "모자 색깔 너무 이뻐요. 한국에 도착해서 그 모자 저 주시면 안 돼요?"
애랑이에게 꼬여 생이빨 뽑아준 배비장과 율하는 다르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름 모를 여인에게 선뜻 모자를 내줄 율하가 아니지.
이후 율하는 여행내내 그 여인 보이는 곳에서는 모자를 쓰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슬픈 얘기를 남겼다.
이 여인, 내가 버스에서 우리 일행에게 사탕을 나눠주는데 뒤에서 좌석 사이로 손을 불쑥 내민다. 율하와 나는 유혹에 대한 저항력에 차이가 있다. 난 그 손바닥 위에 사탕 한 알을 살포시 올려 놓았다.
있는 곳이 일본일 뿐, 특별한 감흥이 없는 2일차 오후 일정.
이제 오늘의 숙소 소운가쿠 호텔이 위치한 소운쿄로 간다.
▣ TIP ☞
특별함이 없는 밋밋한 글을 굳이 포스팅 하는 이유는,
홋카이도 여행을 처음 계획하시는 경우, 나처럼 시기를 잘못 택해 실망하는 시행착오를 범하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