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트렌드 사이

쉽지 않은 융합

by 강하

故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시, 패널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었다.
"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거기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이랬다.
" ... ...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통령관을 가지고 평가해달라.
옛날 대통령의 잣대를 가지고 나의 행동을 평가하면 모든 게 맘에 안들 것이다. ... ..."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나 같은 범부가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 말에는 상당히 공감이 갔었다.


조선말 단발령이 내렸을 당시 최익현의 시각에서 보면, 천하가 망하는 것이었다.
상투를 자르는 사람은 가문도 씨도 없는 후레자식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전통적 의식에 많은 혼돈이 생겼다.
종교관에서 오는 제사에 관한 의식, 남녀평등, 반상의 문제에서부터 의복에 대한 문제에 까지...
그때마다 기존 의식의 저항은 거셌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판단을 떠나서 늘 결과는 새로운 곳을 지향해 왔다.
그리고 변화의 선봉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았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시대의 선각자로 변모하였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90년대만 해도 여사원들이 귀걸이를 하거나, 진한 화장을 한다거나, 매니큐어를 바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불건전한 여사원으로 보였고, 당연히 선배나 상사의 지도가 들어갔다.
그때는 그게 먹혔고, 그러한 지적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지금 그걸 논한다면... 정말 웃기는 상사가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 그래도 변화를 수용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변화가 다 마음에 드는 건 물론 아니다.
내 사고 기준으로 보면, 머리를 진하게 염색하는 게 나에게는 아직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색을 안 하고, 저것도 변화려니... 생각하고 무감각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의 변화에 무감각하고 내색을 안 하는 게 변화의 수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변화의 수용이 아닌 변화에 뒤처짐이다. 때문에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 변화의 대척점에 있는 게 전통이다.


새로움을 위해 기존의 것을 버려야 하는가?

기존의 것은 새로움의 장애물인가?


시대 조류에 순응하는 것과 전통의 보존.
[전통]과 [트렌드]를 같이 담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변화를 수용하며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외줄 타기의 균형을 잡는 것처럼 어렵다.

아날로그식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식 사고.
가장 좋은 건 이런 [디지로그]식 접근일 것이다.

쉽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