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술을 사랑하게 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문가의 실속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
전문가가 아닌, 한 명의 기획자겸 대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꼈던 이야기들,
그리고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푸념 공간이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독자가 많기를 바라며, 미술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기를 고대한다.
2012년, 축구를 너무나 좋아해 (특히나 맹구X 맨유O를) 모 대학의 축구 관련 학과에 입학한 나는 2020년 시각예술(미술) 콘텐츠 기업의 3년차 대표가 되었다.
축구에서 미술이라, 간극이 너무나 커 보이지만 나에게 축구와 미술은 항상 나를 설레게 했던 매개들이었다.
2012년이 다가올 즈음, 어린 나는 당시 축구선수가 화가보다 조금 더 멋있어 보였기에 축구를 선택했고 경험했다. 하지만 1년쯤 경험해봤을까?
나는 이 분야를 관심사로써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군생활을 포함한 3년간의 고민 끝에 또 다른 내 사랑, 미술에 손을 대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직접 예술가가 되리라 생각했다.
예술이라, ‘아를에서의 고독한 저녁, 압생트 한 잔을 들이키며 자신의 고찰을 예술로서 표현하는 낭만적인 삶’을 이르는 말이 아닐까?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손재주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유독 급했던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인내심과 손재주가 필수인 예술가라는 꿈을 빠르게 접었고, “대신 이 아름다운 자들과 함께 일을 하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새로운 꿈을 갖고 내 모든 환경을 바꾸게 되었다.
새로운 대학에 입학했고 그저 축구가 좋아 진학했던 첫 대학과는 달리, 두 번째는 목적과 목표가 뚜렷했다.
“이곳에서 나는 미술을 통해 내가 펼칠 수 있는 뜻을 찾겠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접 만들거나 종사할 거야”, 전역까지 했겠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 나의 두 번째 대학생활은 고민과 설렘이 가득한 하루들로 채워졌다.
사실 내가 두 번째로 선택한 학과는 미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화콘텐츠와 관련된 학과였고,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학생은 만나볼 수 없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공부하며 내 꿈을 남몰래 꾸며가고 있을 즈음, 학과에서 젠틀하고 따뜻하기로 유명한,
배우 안성기 선생님이 떠오르는 선배가 나에게 찾아왔다.(이미지와 현실의 괴리를 느낀 첫 사례)
본인도 전시회를 좋아하고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자신과 함께 창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평소 많은 학생들의 신뢰를 받던 선배님(?)의 제안이었기에, 심각한 고민 없이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같은 뜻을 가진 사람과 한 배를 타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미술, 그리고 절대로 거를 수 없는 미술 시장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동경하던 미술인, 예술가들의 삶은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세상 모든 콘텐츠의 기원이라 생각했던 미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은 다음 달 내야 할 월세와 다음 작품에 필요한 재료비를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와 생각지 않았던 취업을 하고, 현실에 치여 창작보다 생존이 먼저가 되는, 자연스레 그들이 사랑하던 창작과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작품을 창작하는 이들은 자연히 창작물을 판매하거나 자신의 창작을 통해 돈을 벌고 생활을 영위해야 함에도, 이를 향유하는 우리는 미술에 대한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아는 사람만 즐기는 문화,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는 문화, 미술
오롯이 예술가를 동경하고 좋아하던 나는 “왜 미술을 제대로 소비하지 않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데", 라며 소비자를 탓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소비자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소비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시장을 탓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리되었다. 이 시장을 바꾸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소비 방법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나인앤드라는 작은 기업이 탄생했다.
미술은 인간이 상상하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했다.수렵과 사냥을 하며 스스로의 존재 목적보다는 생존을 고민하던 시기,
축축한 동굴 벽에 사냥감을 제압하는 상상을 담은 그림을 그리며 이 그림이 곧 현실이라 믿던 그 시절,
인간이 세상을 상상할 그때부터 미술은 우리와 함께였다.
우리가 세상에 나와 걸음마를 떼던 그때, 글을 빨리 읽히길 바라며 부모가 벽에 붙여놓았던 한글과 알파벳 위에 낙서를 하며, 낙서를 통해 집중이라곤 전혀 안되던 수업시간 교과서 표지를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며 우리는 미술과 함께했다.
어떻게 미술이 더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을까? 시각예술을 모두가 사랑하는 분야로 만들기 위해 탄생한 나인앤드, 나인앤드가 뱉어내는 이야기들에 대한 고찰들, 그리고 기획자로써, 한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