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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민 Jul 03. 2024

같은 곳에서


생각보다 마음을 쓰는 게 어렵다.

훌륭한 각본가는 그것을 할 수 있지.




<애프터썬>


I think it's nice that we share the same sky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게 좋아


What do you mean?

그게 무슨 뜻이야?


Well, like sometimes at playtime

I look up the sky

가끔 하늘을 올려다봐

and if I can see the sun, I think about the fact

that we can both see the sun

그러다 태양이 보이면

우리가 같은 태양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So, even though we're not actually in the same place and we're not actually together,

we kind of are in a way, you know?

그럼 우리가 같은 장소에 함께 있는 건 아니더라도,

같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치?


Like we're both underneath the same sky,

so we're kind of together

같은 하늘 아래 우리가 있는 거니깐,

그럼 함께 있는 거지.




<박하사탕>


어디 사는지 모르는데 하여튼 여기 산대요

만나러 온 게 아니에요

그냥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그 여자가 사는 곳이니까.

그 여자가 걷는 길을 나도 걷고 싶고

그 여자가 보는 바다를 보고 싶고


비가 와도 괜찮아요

지금 나랑 그 여자랑 같은 비을 맞고 있는 거니까

내가 보고 있는 비를

그 여자도 지금 보고 있으니까요



처음엔 소화하기 거북한 대사였는데 하필 오늘, 또 하필이면 비가 오는 바람에 저 대사가 무척 맘에 든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비를 맞는 것이 뭣이 중헌디? 싶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큰 의미다.

같은 곳이라는 지극히 작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커다란 의미다.


보이는 풍경이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희미하게 맴돌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잔존하는 미미한 것을 더듬고 되짚어 곱게 닦아놓기도 한다.

세월을 머금을수록 희미함 대신 청량함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있는 법이다.




영화 속 카메라가 일렁이는 물결만 비출 뿐이더라도 관객은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를 느끼듯.

오그라드는 저 대사 속에서 나는 순애를 보았다.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가벼운 미소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1퍼센트의 불안감이 아닌 99퍼센트의 안정감으로 살아가기를!

단단한 내력만 있으면 아무 일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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