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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Feb 23. 2021

이유는 너희들

난생처음 공개편지

2021.02. 22

약속을 지켰다.

시작할 때는 과연 될까? 하며,

지키게 될 몰랐.

몰랐겠지만 나만큼 의지가 약한 사람 잘 없어.

결국 했어.

영화서점 1호, 영화서점 2호점.

약속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나 참, 마구 뜨네.


약속이라는 것,

지켜야 하는 그 무거움이 유난히 큰 스트레스여서

애초에 웬만하면 잘 하지 않는 내가,

브런치에다, 여태 라디오 방송했던 대본 다 수정해 올리겠노라고,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약속하고 난 뒤,

아,  중압감에 말이야.

매일매일 압착당하는 호떡이 되어

눌러 짜내지곤 했구.

책표지 그림_ by SuJi


인류의 발자국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기도 하잖아.

미래를 향해 새겨지고 있는

현재의 무수한 발자국

꾹 꾹 새겨지는 인생이고 인생이.


바로 그 인생을 토대로

인간은

영화라는 집을 다양하게 짓고,


과거의 인생, 현재 인생들에서

소소한, 혹은 놀라운 소스를 포착

책이라는 집도 새롭게 짓게 돼.


과거 사람들이 짓고 저장해둔

책을, 영화를

다음 인류 보지.

보면서 알게 되지.


그때도 사람 사는 게 지금과 같았구나,

그때는 사람 사는 게 지금과 달랐구나.


영화는,

책은,

그래서 깨달음이며, 새로움이며,

지표이고 감동이야.


영.화.서.점

네 글자에 담긴 의미 그것이었어.

인간의 인생이

바로 모든 예술의 밑거이라고.

지층이 되어 쌓인 과거의 인생들 덕

우리가 얻은 지표가 몹시 크노라고.

 

그렇게 쨌든 브런치 북 발간까지 오긴 는데.

.

사실은 책 발간이 나의 목표는 아니었잖아.


어쩌면 나의 뒤를 이을,

내 쪽에서 바라볼 때, 다음 순서 인류가 될,

아직 파릇파릇 새 것으로 간직된.

순수함이 얼룩지지 않은 너희들.


성달이

너희들 읽고 있는 거지?

이렇게 해버릴 줄 몰랐지?

공개로 놀라움을 안겨 주고 싶었.


어쨌든 

내가 살다 살다 약속이란 것을 다 키게 된  는,

바로 너희들이었어.

혹여 너희들에게 부분적인 지표가 될지도 모를 내 삶을

바람직하게 채워주고 싶었달까.    

어떤 상황에서도 '해내고 있음'

그 ing를 보여주고 싶었기에,


최선을

다.


마음이 힘들 때도,

때론 머릿속에 작은 점만큼의 여유마저 없을 때도,

나는 떡을 썰 테니,라고 먼저 말 한 사람은

한석봉이 글을 다 쓸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기에.


그래서

했어.


나약하고

툭하면 주저앉고 싶어 하는 내가,

한 거야.    

힘든 상황을 거치는 것을 지켜본 나의 다음 생,

내 제자들아,

조카들, 동생들아.


건강하지도 않은 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말한 것 지켰다.  


별 것 아니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가히 '실천'이라는 것은

수영을 조금도 못 하는 나에게

내 키보다 훨씬 높은, 끝없는 풀장이었어.

어푸어푸, 무지 벅찼어.


그것 봐.

너희보다 훨씬 엄살마저 심한 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

이었음을 꼭 기억해.

그것을 알면 너희들이 못 할 것은 단 하나도 없지.

안 되는 건 없어.

하면 다 돼.


기억해.

두려움 너머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대.

그 두려움을 이길 강력한 처방약은 '실천'이래.

그 두려움의 늪으로 더욱 빠지게 되는 촉진제는 '고민'이래.

  

하루하루의 작은 실천에

너희 모든 것을 걸길 바란다.


힘내렴.


알지?

항상

응원한다.

사랑한다.


[영화서점] 브런치북 표지 원본 _by SuJi


나도

자주 넘어질 거야.

그런 때가 오면,

위의 편지가, 내가 놓은 내 덫이 되도록

너희들이 협박해주길 부디 부탁해.

(이런 편지 괜히 썼나? 발목 잡힐 것 같은데, 벌써 읽었으려나, 그냥 지울까.)

또한, 약속으로 인해 나 역시 작지만 무언가를 이루게 되었어. 동력이 되어주어서 고맙다.  


author, SuJi

영화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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