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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Oct 20. 2024

무인 택시 웨이모 (Waymo)

2009년쯤 구글에서 무인차를 처음 실험하는 것이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여기저기서 실험하였는데 긍정적이고 하고 부정적이기도 한 결과를 얻었다는 뉴스가 좀 있었고  그리곤 사라져 버렸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테슬라를 비롯하여  차들이 점점 컴퓨터화돼 가는 상황에서 구글차에 대한 뉴스는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구글차는 그냥 내가 강의하는 슬라이드 속에서만 존재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15년 후에 그 구글차를  탔다.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놀러 가서 내가 운전하는 차 옆에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운전자가 없는 무인 택시 웨이모를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좀 겁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 주변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에 갔다가  웨이모를 타고 집에 왔다.  딸이 앱으로 신청하니 5분쯤 후에 도착하였다.


이걸 내가 그렇게 타고 싶어 했던 것도 아닌데 막상 타게 되니 '드디어 타 보는구나' 하는 설렘이 있었다. 새로운 경험은 두려움과 함께 설렘이 같이 온다.  문을 여니 웰컴 00 하면서 로봇성 목소리로 우리를 반겨준다. 나는  습관적으로  '헬로'를 하려고 하다가  '헬'이 나오고 '로'가 나올 순간 그 말을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반드시 좌석벨트를 해야  차가 떠난다고 해서 서둘러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였다. 차의 내부에는 뒷자리에 손님들이 조절할 있게끔 패널이 있어, 온도나 음악들을 선택할 있게 되어 있다. 음악  playlist에 K-pop이 있는 것도 반가웠다.


웨이모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이게 바로 구글차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애리조나, 네바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계속 실험 주행을 해 가면서 몇 년 전부터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LA에서 실제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이제는 성공한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 신기했다. 내비게이션과 온갖 센서들, 그리고 데이터마이닝 기술들이 총집중되어 그들이 사람의 일을 대신해도 괜찮은 세상이 된 것이다. 맨 위에 있는 것은 레이더라고 한다. 그래서  단순히 카메라만 가지고 하는 것보다  실시간으로 주변 상황 모니터링을 더욱 정밀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이 현재 테슬라의 무인자동차와 큰 차이로 설명되고 있다.


예상시간이 나오는데 내가 운전하는 시간의 배가 걸렸다. 이 차는 안전을 우선으로 하여  안전한 길로 신호를 철저히 지켜가면서 가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다. 평소 내가 운전하는 루트와 비교하면 하이웨이를 최소한으로 타는 것 같았다. 덕분에 평소에 잘 안 가본 주택지를 많이 보게 되었다. 계속 길 안내와 도착예상시간을 알려준다. 운전이 상당히 부드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냥 차 안에서 주변구경하고 핸드폰 보고 하다 보니 그냥 운전사가 앉아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이 차를 탈 때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길에서 만난 다른 차의 운전자들이  우리가 타고 있는 차를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옆차의 운전자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운전석을 보다가, 같이 동승한 사람들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하면 그 사람들도 몸을 우리 쪽으로 돌리고 운전자와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신기해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서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신호가 바뀌면 각자의 길로 떠나고.



그리고 주로 주택가를 지나오기 때문에 개성이 강한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과 벽에 그려진 개성 강한 그라피티를 많이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샌프란시스코의 집들을 보면 '옆의 집과는 반드시 다른 색을 칠해야 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나?'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집의 색이 다양하다. 연속적으로 오래된 도시의 풍경을 찍다 보니 집에 다 왔다.


전반적으로  무인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안전함과 편안함으로 없애주는 것 같다. 아마 여성들에게, 특히 밤늦게 택시를 타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좋은 서비스가 될 것 같다. 처음에 인터넷이 나왔을 때 어느 누구도 핸드폰으로 택시를 내 앞으로 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운전자가 없는 차를. 혁신적인 젊은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하여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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