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 와이너리 투어 3
프랑스의 큰 저택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그 아름다운 외관이 상당히 매혹적이다. 나파밸리 와이러니를 소개하는 포털 사이트에 이 와이러니의 사진이 배너로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사람들이 와이러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로망을 만족시켜주는 곳이 아닐까 싶다. 약간은 낭만적이고, 고급지고, 와인을 먹으면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는 그런 곳. 실제로 가서 보니, 진짜 사람들이 많이 왔다. 줄까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만 낚인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좀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예약제이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보통 나파의 와이러니들은 나파의 북쪽에 있다. Yountville, Oakvill, Rutherford로 올라가다 보면 와이러 니들이 쭉 줄을 서있다. 그런데 도메인 카너로스는 나파의 남서쪽에 있다. 이쪽에서는 피노누아 (Pinot noir)가 유명하다. 피노누아는 재배가 까다롭고 토양을 많이 타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피노누아를 바탕으로 한 스파클링 와인 (sparkling wine)도 유명하다. 나파밸리의 와이러니들에서 제공하는 피노누아나 스파클링 와인은 이 지역에서 가져가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와인테이스팅할 때 다른 와이너리 제공받은 와인에 대하여는 언급을 반드시 하기 때문에 우리는 몬다비에서 이 사실을 먼저 알게 되었다.
스파클링 와인은 포도를 두 번 발효하여 만드는데, 보통은 샤도네 (Chardonny)와 같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 많이 한다. 그런데 피노누와는 레드와인이지만 껍질을 벗기면 과육이 무색이고 맑기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으로 하기에 좋다고 한다. 그리고 껍질까지 포함하여 분홍색의 로제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흔히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샴페인은 프랑스 샴페인이란 지역에서만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을 칭하게끔 되어 있어, 스파클링 와인, 캘리포니아 샴페인등으로 불리고 있다.
도너스 카너로스의 와인 테이스팅은 스파클링 와인 특집이라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메뉴 중 하나는 스파클링 와인만 네 잔을 맛보는 것이 있을 정도로 스파클링 와인에 자신감을 보인다. 우리는 피노누아와 스파클링와인이 섞인 메뉴를 선택했다. 안주는 치즈보드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이들이 치즈를 세심히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반인 중에는 와인테이스팅하면서 치즈에 반하여, 치즈를 제공하는 목장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기도 하였다.
한편, 각 와인들의 향과 맛에 대한 설명이 대단하다.
'구운 아몬드와 라임 그리고 가벼운 터치의 구운 콩(pea), 멜론, 그리고 레몬 타르트의 향과 맛 '
'샤도네 와인 위에 생강, 데친 복숭아(peach), 흰 복숭아(White peach), 레몬 머랭파이, 브리오슈의 향과 맛 '
'베르가모, 석류, 장미 꽃잎의 향과 비단처럼 부드러운 탄닌의 맛에 체리와 랩스베리의 맛'
'석류 향과 달콤한 크랜베리와 찻잎의 맛'
실제로 저런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의심이 가득한 채 잔에 손을 가져간다. 하지만 몬다비에서의 경험이 이전처럼 이러한 맛 설명에 '다 뻥이야'하고 무시하지는 않게 만들었다. 와인의 향과 맛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음미해 보니, 각 잔별로의 특성과 그 차이를 좀 알기는 하겠다. 하지만, 이 맛들을 구별 하여 음미하며 즐기기엔... 쉽지 않다. '배, 콩, 아몬드, 라임, 레몬 등' 설명에 언급된 단어들을 집어가며 열띠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생각해 보니, 사실 그 맛을 느끼고 안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작은 섬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의 희열을 맛보고 싶은 것이지. 모든 것이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은가?
맛있는 와인과 치즈가 한껏 우리의 목소리 톤을 높게 만들었다면 테이스팅 룸 사방의 커다란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겨울이지만 사방이 푸르다. 가슴이 탁 트인다. 포도밭도 지척에 있다. 봄이 오면, 지금은 가지만 보이는 포도나무에 초록색 잎이 돋아나고 세상을 더 푸르러질 것이다. 사람들도 그 푸르름에 물들어 갈 것이고.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