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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Jun 03. 2024

빅서 (Big Sur)여행_17 miles drive

서(Sur)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남쪽 (South)라고 한다. 빅서는 공식적인, 행정적인 명칭은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편하게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정확한 경계는 없다. 카멜, 몬트레이와 같은 소도시와 그 아래의 바닷가 지역을 이야기한다 (아래 지도에서 빨간 원에 속하는 부분). 이 지역은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캘리포니아 1번 도로상에 있어 그냥 운전하고 지나가기만 해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주정부 법령에 의해 개발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보전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찾아 즐기게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바다와 절벽이 빚어내는 경치를 즐기거나, 시간을 내어 트랙킹을 즐긴다. 주립공원(State Park)이 6개나 있으나 어디든 들려 이전 사람들이 남겨놓은 길을 따라 걷는 것도 큰 재미이다. 그냥 길가에 차를 주차하고 도로로부터 트랙킹을 패스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 빅서 지역에서 보낼 시간이 짧은 경우, 흔히 우선적으로 17 miles drive를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이는 몬트레이 (Monterey) 지역에 개발된 아름다운 바닷가를 17마일을 차를 타고 도는 것이다. 뷰포인트가 상당히 많아 자주 차를 세우고 내려서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다 보면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보내게 된다. 이미 1800년도 말에 기획되고 개발된 곳이다. 


Pacific Grove라는 게이트에서 차 한대당  11.25불을 내고 들어가면 아래의 지도를 내어준다. 하얀색 라인을 따라 포장된 도로가 나오면   아름드리나무와 아름답게 가꾸어진 골프장, 그리고 그 사이로거기 언뜻언뜻 보이는 아주 몇백만 불 정도 될 것 같은 집들이 숨바꼭질 하듯 머리를 보였다가 사라지곤 한다. 가끔 그 집의 몸통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그 집의 주인이 누구일까 짐작한다. 빌게이츠, 제프베조스, 마크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마구 나온다. 



좀 운전하다보다 바다가 앞에 펼쳐진다.  이름 하여  Restless sea (쉬지 않은 바다?) . 이지점이 파도가 세고 그 소리가 매우 크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에서 차를 채우고 바다를 보기도 하고 그 주변을 걸어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나의 첫인상은 '파도가 잘 생겼네'였다. 파도에 반하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조금 가다 보면 차들이 많이 멈추어 서있는 곳이 보인다. 새바위, Bird Rock이다. 위에 새들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바위 위쪽에 까맣게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꽤나 그 소리가 시끄럽니다. 하지만 귀 기울여서 들어 보면 그 소리는 새들의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 바위의 밑에 까맣게 엉켜있는 바다표범의 소리이다. 정말 신통방통한 바위이다.  옆에 있는 (내가 모르는) 아이들이 한 바위에 새와 바다표범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그들만큼 소리를 지르며 신기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이전에 여기에 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20년 전에 왔던 곳이었다. 지금은 비워져 있지만, 그 앞에 모래사장에 바다표범과 물개들이 새끼 낳으러 바글바글 누워있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안내를 보니 좀 더 더워지면 그 풍경을 볼 수 있단다. 그때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소리 질렀던 모습이 기억났다. 신기한 자연의 법칙을 알 수 있는 경치도 좋았지만 집 나갔던 기억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집에 가서 자가 치매 진단을 해봐야겠다는 걱정과 함께 ^^;



Bird Rock에서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다시 운전하고 가다 보면 '외로운 사이프러스' (lonely Cypress ) 포인트가 있다. 200년 이상 연륜이 있는, 오래된 사이프러스 나무가 바위 끝에 낭랑하게 서있다. 이런 사이프러스 나무는 이쪽 지방의 고유한 종류이라 몬트레이 사이프러스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사이프러스 나무들과 더불어 유령의 나무 (Ghost trees)이라 불리는 고사목들이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고사목, 공룡을 닮은 고사목 등이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을 때 그들의 연륜이 주는 가치가 드러나 보였다. 오래될수록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나무들. 


(좌) lonely Cypress                  (우) 반짝이는 Ghost tree
(좌) 공룡을 닮은 Ghost tree                                     (우) Ghost tree3

이후론 한쪽은 골프장이고 다른 한쪽은 바다를 볼 수 있게 바위 위에 지은 집들이 있는 나무의 숲을 지나가게 된다. 운전하는 도로에서는 집이 아래쪽에 있는 거라 지붕만 보일 뿐이다. 우리는 차 안에서 그 집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을 하고 다시 한번 그 집의 소유주를 짐작하는 게임이 우리들 사이에 벌어졌다. 딸의 촉에 의하면 빌게이츠가 단연 압도적이다. 


이곳에 골프장이 4개나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페블비치 골프장이다. US Open도 자주 열리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 안의 식당들에서 일반인들의 식사가 가능해서 식사를 하며 골프장을 엿본다. 의외로 이곳이 퍼블릭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퍼블릭이니 언제 가는... 을 기대해 본다. 17 miles drive가 페블비치 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페블비치 골프장이 마지막 종착점이다. 


(좌) 페블비치 골프장                                                          (우) 이름을 알 수 없는 3개의 골프장 중 하나


전체적으로 돌고 나면 마음이 깔끔해진다. 자신을 우아하게 지켜낸 멋진 중년을 본 듯한 느낌이다.  바다, 바위, 파도, 새, 바다표범,  오래된 스토리를 지닌 나무들들의 자연적인 요소와  멋진 집, 예쁜 골프장과 같은 인위적인 요소의  mix & match가 자아내는 아름다움,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이 낭만적이라는 감정의 버블을 만들어 낸다. 그 버블은 햇볕에 반사되어 여러 빛깔로 퍼져나갔다. 곧 터지겠지만, 그것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런 느낌이다.  이곳이 왜 미국의 대표적인 신혼여행지로 뽑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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