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대리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퇴사의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언제나 인간관계가 1위일 것이다.
일이야 힘들어도 돈만 제대로 주면 그저 그렇게 참게 된다.
퇴사의 결심과 실행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기 때문.
하지만 인간관계는 다르다.
내일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야만 하는 핵심 이유가 된다.
그 정도로 회사 생활을 할 때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지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 또한 몇 번의 이직을 거듭하며 사람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힘들 때가 많다는 걸 느꼈었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그러다 지금의 회사로 이직 후 3년 차, 이곳에선 조금 다른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언제나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런 일들이
아주 조금은 가능하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밤 10시, 도착한 선배의 메일 한통
나는 콘텐츠 홍보 일을 하고 있다.
아주 바쁜 시즌엔 자정에 가까운 야근을 종종 할 때도 있었다.
2018년 12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청난 외근과 야근에 유독 힘들었던 달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거의 한계치에 달하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하루 종일 외근 행사 진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오전부터 이어진 행사에 시간은 어느덧 밤 7시 30분.
이제 곧 오후 행사가 마무리되지만
나는 사무실에 돌아가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유난히 힘들었던 그날, 우연히 선배와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첫 입사 때부터 사수보다도 나를 더 챙겨준 그 선배는 회사에서 내가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30분쯤 후 문자가 왔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뭐예요?"
아무렇지 않게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답장이 왔다.
"그렇군요. 힘내세요ㅠ!"
일상적인 대화의 흐름이었다.
그리고 외근을 모두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밤 10시쯤
메일 알람이 떴다. 띵-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던 동료로부터 도착한 메일이었다.
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저도 오늘 야근할 거리가 있어 정리 중이었는데요.
머리도 식힐 겸 샌드위치로 저녁 식사하며
아까 문자로 말씀해주신 00 건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고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오늘 내가 정리해야 했던 바로 그 일.
정말 충격적이었다.
선배도 바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다른 동료와 상사는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만 살짝 보내준 그 메일의 배려는 정말.. 정말 놀라웠다.
나는 덕분에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건 그 시간 이상의 일이었다.
만약 누가 나에게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어떻게 편집할래? 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이 사건을 내 인생의 정점 중 한 순간에 넣을 것이다.
나는 좋은 동료인가
이전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은 왜 저럴까만 생각했다.
나한테 왜 저럴까-
저 사람한테 왜 저럴까-
이 메일을 받은 이후 나는 비로소 나를 생각했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동료인가라는 생각을 말이다.
내가 바쁠 때, 나보다 더 바쁜 동료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나는 진정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동료인가.
나는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인가.
나 힘든 것에만 너무 집중했던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5년 차 대리로 일하며 아직도 힘든 순간들이 참 많은데
그럴 때마다 꺼내보는 소중한 기억이 있다는 게 도움이 된다.
힘과 위로를 주는 따뜻한 배려.
아직도 중요 메일함에 저장되어 있는 절대 삭제하지 못할 메일 한 통.
나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배려와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료가 꼭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