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하여

직장생활 5년 차, 줄어들지 않는 그것

by 김안녕


불안의 시작



시작은 늘 꿈이다. 아마도 다음날 해야만 하는 일을 머릿속에 가득 품고 잠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내 불안의 시작은 늘 꿈이다.


꿈으로 인해 아침의 여유를 잃고, 그게 결국 하루에 영향을 미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하기 싫은 실수들을 반복하며 자책하던 때, 그러고 나서는 조금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의지가 생긴 뒤 점점 더 커진 듯하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불안은 "정말 불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 감정이라기보다는 등골이 오싹한 스릴러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말 그대로 '감정적인' 종류가 아니라 '이성적인' 느낌에 가깝다. 불안하니 잠시 쉬었다 해볼까? 하며 나에게 시간을 줄 수도, 불안하니까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말할까? 라며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들여봐 달라고 말할 시간이 없다.


매우 촉박한 느낌. 불안하니까 더 많이 준비하고, 어떤 경우의 수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 하지만 내용은 겉돌기만 할 뿐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불안은 점점 더 파고들어간다.



불안의 작용



당연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불안은 '여유'를 앗아가기에 궁극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는 일, 심지어 잘 정리한 일에도 스스로 의문을 품게 만든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 그때, 그렇게 하지 말 걸.

아마도 나의 그런 우물쭈물한 답변이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겠지?

5년이나 일했는데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생각을 펼쳐나가게 된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과거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만, 과거에 연연해서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면 정말 최악의-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불안은 나를 최악의 결과로 이끌곤 했다. 자기 전 '이불킥'을 수없이 날려도 보았고,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기억도 못할 예전 내가 했던 실수들과 일련의 사건들을 끝끝내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러나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 하나는, 이런 불안이 찾아올 때 나름대로 대처하는 몇 가지 경험을 얻었다.


1. 불안을 파고드는 가장 핵심적인 일에서 한 발짝 벗어난다.


가장 유용한 건 노래를 듣는 일이다. 신나거나 밝은 노래는 아니고, 역설적이지만 조금은 우울한, 잔잔한 또는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와 영화의 OST를 듣는다.


가장 나에게 유효했던 건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다.

최근엔 핫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OST가 마음에 다가와 듣고 있다.


무선 이어폰의 시대가 열린 데 감사하다. 불안감이 찾아올 때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낮은 볼륨으로 이런 음악들을 들으면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느낌처럼 주변이 판타지적으로 바뀐다. 그러니까 이 앞에 놓인 나의 문제들이 이전만큼 크게 와 닿지가 않게 된다. 멀어지는 느낌. 궁극적으로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 어쩌면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겐 최선이고 정말 소중한 방법이다.



2. 그냥 한다.


어.. 정확히 말하면 뭔가 구체적인 방법이랄 게 없다. 없는 것 같다.

불안감이 들어도 그냥 한다. 이때 불안을 비롯한 어떤 감정들을 최대한 외면하면서 그냥 심플하게, 단조롭게 그저 일한다.


더 잘해야지, 잘해야 되는데 이런 부차적인 생각들도 최대한 접어두고 그냥 오직 하는 행동에만 집중하는 거다.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해온 방법 중 그나마 가장 최선에 가깝다. 이 이상의 것을 찾아봤지만 (나에게는) 없었다.





불안에 대해 쓴 많은 서적들, 좋은 글들, 훌륭한 학자나 의사들이 말하는 것들.

더 좋은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걸 다 해봐도 결국 내일도 아마 불안하겠지. 불안할 거다.

그러니 이제는 굳이 어렵게 이겨내려고 나를 더 갉아먹지 않을 거다.


노래를 듣거나, 그냥 할 거다.

완벽하게 나아지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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