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리뷰 - 최애캐는 정재헌

정재헌(김남희 분) 캐릭터로 보는 <스위트홈> 리뷰

by 김안녕


드루와, 최애캐는 정재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최애캐를 꼽자면 무조건 정재헌, 정재헌, 정재헌이다.


2013년 영화 <신세계> 황정민의 "드루와"가 있었다면,

2020년엔 <스위트홈> 김남희의 "드루와"가 있다. 단연코 그 정도로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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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이고 착한 캐릭터의 전형을 벗어난 새로운 쾌감


정재헌은 그린홈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타적인 캐릭터다. 각자가 본인의 안위에 급급할 때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 사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보여지는 이런 류의 '착한 캐릭터'는 대체로 매력이 없다. 요즘 같은 자기 PR 시대에 착하다는 표현은 이제 칭찬이 아니기도 하고. 개성이 덜하고 묻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정재헌은 다르다.



#'예수 빌런에서 진짜 구세주로' 반전 매력


1화에서 이웃 주민에게 불편한 오지랖을 펼치며 설교하는 정재헌의 모습은 예수 빌런 그 자체다. 원작을 읽지 않은 나는 이때만 해도 "아, 이 캐릭터 뭔가 불안하다. 나쁜 놈이겠네" 생각했다. 하지만 3화, 정확히 3화 20분 30초경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근육 괴물과의 일대일 맞짱을 뜨러 달려가는 모습은 정말,

그가 외는 기도 때문인지 그 자체로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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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주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주의 친구라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모르겠는데, 찾아보니 이게 요한복음 15장 13절의 기도더라.


기독교를 잘 모른다. 요한복음이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대사 속 정재헌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장면에서 정재헌은 그 스스로 주의 친구가 된다. 구세주가 된다.

(해당 장면 이후, 괴물로 변했던 임명숙(죽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주민)이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명숙은 끝내 괴물이 되지만 '사람을 죽이지 않는' 형태로 머문다.)


이어 8화 마지막 장면에서 정재헌은 그를 희생하며 사람들을 지켜낸다.

팔이 잘려 나가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괴물을 안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본인을 함께 가둔다. 그리고 화염병을 들고 있던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던져


사람들이 망설일 때 그린홈 1층을 운영하는 리더 은혁에게 눈빛으로 말한다. "난 괜찮으니까, 던져". 눈빛으로 말하는 건 단지 나의 느낌이긴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껴졌다. 달리 말하자면 그린홈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일으키는, 이끄는 힘이 있다.



요약하자면, 정재헌은 억지로 교훈을 강요하는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숭고한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재난, 좀비 장르에서는 별 매력을 못 느낄 수 있는 '착한 캐릭터'임에도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김남희 배우, 누구세요



<스위트 홈>은 김남희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볼 필요가 있다. 정재헌이란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라서 캐릭터 그 자체로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 정재헌 역을 연기한 김남희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봤는데.. 뭐야 내가 다 아는 캐릭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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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모리 타카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표준수



필모를 보니 캐릭터가 딱 떠올랐다. 주연이 아님에도 머리에 그려진다는 건 연기를 진짜 잘했단 이야기다. 특유의 절제된 매력과 독특한 개성이 있는 것 같다. 뭐랄까 '서늘한/따뜻한' 상반된 분위기가 묘하게 공존한달까.


<스위트홈>의 정재헌은 어찌 보면 좀 오글거릴 수도 있고 일상적이지 않은 대사들이 붕 뜨게 들릴 수도 있는데 중저음의 목소리와 정확한 발성 때문인지, 아니면 과한 설정을 눌러주는 담백한 연기 때문인지, 둘 다인지 어쨌든 캐릭터에 집중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 이 정도로 매력적이었을까, 생각이 들만큼.



홈스위트홈, 평가는


<스위트홈>은 재미있다. 화려한 외면에 비해 일부 캐릭터들을 의미 없게 소모한다는 비판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한다. 그래도 일단 재미는 있다.


더불어 OST, BGM 논란이 좀 있는 것 같긴 한데 난 그것도 좋았다. 그 극적인 순간에 나오는 Warrior와 마지막에 흐르는 비와이 특유의 성스러움이 묻어나는 '나란히'까지 <스위트홈>을 아우르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 다섯 개 중에 네 개정도.

추천지수는 꼭 보면 좋은 작품.

정재헌이란 캐릭터가 궁금하다면 3화 20분 30초, 그리고 8화 마지막 장면을 챙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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