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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정의명 VS <경이로운 소문> 지청신

끝판왕 두 나쁜 놈들의 매운맛 매력

by 김안녕


반괴물 VS 악귀, 사랑받는 끝판왕 괴물 캐릭터


지금 가장 사랑받는 나쁜 놈들이 있다. 이유가 뭘까?


<스위트홈> 끝판왕 정의명 -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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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경이로운 소문> 끝판왕 지청신 - 이홍내



정확히 말하면 정의명은 반괴물, 지청신은 악귀다. 우선 이 글에서는 편의상 모두 괴물로 부르겠다.




1. 인간과 괴물의 경계선


인간과 괴물의 경계에 서 있다는 점에서 두 빌런은 매력적이다.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어쩌면 이렇게 또는 다르게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기에 자체로 긴장감을 더한다.


<스위트홈>에서 정의명은 반괴물이다. 액체로 변할 수 있으며 사람의 몸에 기생할 수도 있는, 뛰어난 회복력을 지닌 괴물보다 더 강한 최강의 빌런. <경이로운 소문>의 지청신은 악귀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여 영혼을 빨아들이며 살아가는 악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괴물은 등장만으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이전까지 다른 나쁜 괴물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와는 다른 차원이 다른 위태로운 느낌. 단편적인 악역이 아니라 한층 더 입체적인 존재로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2. 세계관을 아우르는 능력


두 괴물의 매력은 단지 스토리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주인공과 대척하는 세력이어서가 아니다. 각 작품의 세계관을 아우르는 능력과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트홈> 정의명은 가장 발전된 형태의 반괴물이다. 군대가 그토록 찾고 싶어 하던, 괴물이 되지 않고 사람으로 견디되 괴물만큼의 힘을 갖고 있는 반괴물의 형태. 또한 '인간과 괴물은 공존 가능한가,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살 길을 궁리하는 인간들의 지리멸렬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스위트홈>이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을 그의 존재 자체로 품고 있기에 정의명 캐릭터는 작품 속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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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지청신은 가장 강한 악귀다. 3단계라 불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진, 카운터즈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해 볼 만할 정도의 가공할 능력을 가진 악귀. 특히 주인공 '소문'의 부모님을 죽인 범인이자, '가모탁'의 사건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 거라 여겨지는 지청신은 카운터즈들이 카운터가 된 이유와도 직결되기에 단순히 적대적인 악역이 아닌 한 걸음 더 나아간 의미를 갖고 있다.



3. 공감할 수 있는 빌런


같은 빌런이어도 진짜 싫은 캐릭터가 있는 반면 뜨겁게 사랑받는 캐릭터도 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조커,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 로키처럼 말이다. 그리고 빌런들의 매력이 터지면 터질수록 그 작품 또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런 면에서 <스위트홈> 정의명, <경이로운 소문> 지청신은 매력적인 빌런이다. 등장만으로 소름 끼치게 무서운 감정을 자아냄과 동시에 이다음엔 어떤 행동을 할까, 숨기고 있는 진짜 정체나 모습은 뭘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정의명은 같은 반괴물인 차현수에게 동맹을 제안하며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이외 사람들과는 적대적인 태도로 괴물보다 더 무서운 '적'으로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지청신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물리쳐야 하는 악귀가 아니라 카운터즈 개개인의 사연과 깊숙이 연관되며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적'으로서 감정을 파고든다.


이런 빌런들은 주인공만큼 충분한 서사를 보여주진 않지만 추측하게 함으로써 공감대를 얻는다. 조커가 어렸을 적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걸 느끼며 더욱 그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것처럼, <스위트홈>의 정의명은 군부대에서 반괴물 상태의 인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실제 겪었거나 혹은 최소한 알고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경이로운 소문>의 지청신은 아버지라 부르며 믿고 따르던 사람에게 평생을 이용당하고 이후엔 배신당하며 더 강한 악귀로 변모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은 그의 정신적 상태가 온전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런 서사를 부여한다고 해서 빌런 짓을 해선 안 되겠지. 그러나 하나의 작품에서 빌런을 단순히 적으로만 치부되지 않게 스토리 속 단단한 연결 고리를 부여하는 일은 설득력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두 빌런은 공감할 수 있는 악당의 매력을 갖춘다.



우리는 왜 나쁜 것에 끌릴까


매운맛이라고 하잖나. 너무 매워서 다음엔 정말 못 먹겠다 싶다가도 결국 그 메뉴를 주문하는 것처럼. 자극적인 것이 주는 쾌감이 분명히 있다. 계속 보고 싶게 하거나, 궁금하게 하거나 하는 매력이 있다. 궁극적으로 캐릭터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성패가 빌런에 달렸기 때문에 안달복달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폭발적인 행동이 묘하게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하고.


최근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의 지청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스위트홈>의 정의명


2020년을 혹독하게 만들어준 매운맛 두 놈들의 활약이 뜨겁다.

두 작품 모두 시즌 2에 대한 이야기 또한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두 캐릭터들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도 많이 기대된다.


내년에도 만나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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