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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감옥은 처음이지?

감빵생활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리뷰

by 김안녕


가보지 못한 곳, 가서는 안 될 곳에 대한 기묘한 호기심


가보지 못한 곳, 가서는 안 될 곳.

평생에 겪지 못할 일, 겪어서는 안 되는 일.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사람, 만나선 안 될 사람들.


감옥.

범죄.

교도관과 재소자들.



호기심을 갖고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보여준 의외의 따스함 때문은 아니다. 평생 가보지 않을 곳이기에 (가서는 안 되기에) 더 큰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찾았다. 진짜 리얼한 감옥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어서.


그렇게 선정한 작품은

1) <감옥은 나의 집> 2) <프리즌 걸스> 3) <지상 최악의 교도소를 가다> 이렇게 세 작품이다.



리얼한 감빵생활, <감옥은 나의 집>



언니 표정이 장난 아니다. 뭔가 클라스가 다른 느낌.

이 강렬한 이미지와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작품 <감옥은 나의 집>.


<감옥은 나의 집>은 새크라멘토 카운티 구치소를 배경으로, 여성 재소자들의 생생한 생활상을 여과 없이 다룬다. 처음엔 재소자들의 하루하루를 보여주고 인터뷰를 통해 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 과거를 천천히 짚어가며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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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안에서는 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른 층을 사용하는 남녀 재소자들이 화장실 변기에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 사랑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수가 틀려 사랑이 증오로 변할 시 배설물을 서로에게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정말 원초적인 사건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른 살이 넘게 살면서 꾸준히 감정을 정제하며 살아왔는데 <감옥은 나의 집>을 보면서 나의 본능적인 생각과 행동은 어떤 것이었나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어떠한 검열이 없다면 나도 저렇게 온전히 나의 감정을 다 표현하면서 살 수 있을까.



6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재소자들 사이의 갈등, 그 와중에 싹트는 애틋한 사랑, 특정 재소자의 재판 과정과 출소 후의 삶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그들은 서로를 향한 공격성을 숨기지 않는다. 끊임없는 시기와 질투, 오해와 불신. 사건, 사고들이 벌어진다.


이 다큐멘터리가 좋았던 점은 범죄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재소자들과 그들을 다루는 교도관들의 모습을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카메라에 담는다. 범죄자들의 범죄를 미화하거나, '알고 보니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어' 하는 식의 포장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감정적인 부분을 자극하거나 크게 건드리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더 각각의 사람들과 이야기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다.


감옥 안에서의 생활이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듯.



어린 범죄자들의 이야기, <프리즌 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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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뭘까.

역시나 가정환경의 이유가 큰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선택한 작품 <프리즌 걸스>.


시즌 2까지 제작된 <프리즌 걸스>는 시즌 1에서는 매디슨, 시즌 2에서는 러프트 교도소의 청소년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각각 다룬다. <감옥은 나의 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보다 더 재소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인물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교도소인 만큼 이들의 '교육 과정'이 눈에 띈다. 기본적인 학습과 함께 정신적인 상담도 진행되는데, 이때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대부분이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학대받거나,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집을 의지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상처들을 받으면서 결국 스스로를 놓아 버리게 된다. 감옥 안에서는 교도관들이 끊임없이 '다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기 때문에 잠시나마 이곳에서 '희망'을 꿈꾸며 올바르게 변화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출소 후에도 결국 또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극악무도한 범죄자기에 감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감옥은 나의 집>보다는 아이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있었다. 자신들을 가르쳐주었던 심리상담 선생님이 떠날 때 진심으로 펑펑 울며 선생님에게 감사를 전하는 모습은 그들이 저지른 무시무시한 범죄와는 거리가 멀게 보이기도 했기 때문.


<프리즌 걸스>는 끊임없이 이런 복합적인 장면과 감정이 교차한다. '진짜 못 됐다. 나쁜 년' VS '어쩔 수 없었네. 저 어린 나이에, 아이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어쩌면 교도관들이 그토록 애써서 진행하는 모든 교화의 과정을 잘 소화하면 진짜 좋은 사람이 다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특히, 거의 모든 아이들이 믿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만 있어도 변화의 의지와 희망을 가졌다. 가족이 할 수 없다면, 다른 누군가라도. 인간이 참 나약한데 또 강하기도 하다.


감옥에 들어온 청소년 재소자들의 방황과 이야기에 집중해서 보면 재미있게 감상 가능한 작품.



여긴 어디, 난 누구?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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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다. <감옥은 나의 집>이나 <프리즌 걸스>와는 차원이 다른 '살발한' 이야기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 가다>.


앞선 두 작품이 제 3자의 시선으로 감옥을 바라봤다면 이 작품은 호스트가 직접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 1인칭 시점으로 감옥을 체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호스트는 각국의 악명 높기로 소문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호스트 역시도 이미 감빵 경험이 있는 범죄자;를 캐스팅했는데도 후덜덜.. 한 일들이 펼쳐진다.



에피소드별로 모두 다른 교소도를 체험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다양한 재소자들과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교도소별로 특정 범죄(마약 등)를 저지른 재소자들을 몰아넣는 경우도 많아서 저마다의 개성을 느끼는 것도 꽤 흥미롭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흉악범들이 가득한 '홀든 교도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재범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감옥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생활환경이 쾌적하게 구축되어 있었는데, 이런 환경적인 것이 결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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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감옥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곳이야'라는 걸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처벌의 의미는 무엇인지, 범죄자에게 부여되는 또 다른 역차별은 없는지, 범죄와 감옥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며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역시나

세상은 넓고 또 넓다.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감옥, 재소자, 범죄, 범죄자.

한 번쯤 호기심이 있거나 궁금증이 생긴다면 보면 좋을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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