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먼 훗날 우리> 찌질하고 애틋한 우리에 대해
그 시절, 너와 나의 이야기
사랑, 특히 첫사랑을 그린 영화는 마치 패션의 유행이 돌고 돌듯 몇 년에 한 번씩 메가 히트를 치는 작품이 나오곤 한다. 수지를 국민 첫사랑의 반열에 올려놓은 <건축학개론>, 대만 청춘영화의 붐을 불러온 <나의 소녀시대>처럼 말이다. 아마도 우리는 누구나 첫사랑을 경험하고, 그 경험은 어떤 순간보다도 애틋하게 남아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여기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먼 훗날 우리>라는 영화가 있다. 중국에서 멜로 영화로는 드물게 최고의 흥행을 거둔 작품인데, 한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영화 <조제>의 한지민이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인터뷰에 나와 시청자들에게 추천하기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리뷰를 본 적 있다.
중국판 라라랜드
네가 떠올라 펑펑 울며 본 영화
잘 지내지? 난 잘 살고 있어.
나의 일처럼 느꼈다는 이야기겠지. 나 또한 그렇게 느꼈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찌질한데 애틋하다. 그때의 네가 떠오르기도 했고, 지금의 우리가 다가오기도 했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 영화.
이 영화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사랑할 때 느끼는 천 가지 감정이라고.
날 향해 걸어올 때 느끼는 설렘, 너도 혹시 날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호기심.
너의 눈을 보며 느끼는 사랑,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자꾸만 쌓이는 오해, 마음과는 달리 나가는 날선 말들로 인한 다툼.
잦은 다툼으로 지쳐가는 마음, 사랑은 하지만 서로를 놓아버릴 수밖에 없는 이별.
너의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 우연히 다시 만나 느끼는 재회의 기대감.
다시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그저 꿈에 불과, 현실엔 없다는 깨달음.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찌질하고 애틋하고 소중하고 뜨거웠던 너와 나의 시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면서 느꼈던 그 모든 온기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라라랜드>를 보면서 공감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겹쳐기도 했다. <먼 훗날 우리>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만남의 시작, 사랑과 우정 사이
영화는 두 주인공 린젠칭(남)과 샤오샤오(여)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며 시작한다. 기차표를 잃어버린 샤오샤오에게 자신의 표를 준 린젠칭, 그 후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서로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모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던 둘은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썸의 단계를 꽤 오래 지속한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썸이라기엔 뭐랄까- 좀 더 투박한 느낌? 달달한 썸이라기보다는 말없이 그쪽을 향해 툭툭 던지는 작은 조약돌 같은 느낌. 사랑이 이미 시작됐지만 '니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서툰 관계. 그런 온도로 시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좋았다.
관계의 발전, 설렘과 사랑
우연인지 모를 하룻밤을 보낸 뒤 두 사람은 조금씩 연인으로 발전한다. 지금껏 쌓아두었던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산책하고 울고 웃으며 여러 계절이 지나가는데, 그 과정이 꽤 긴 몽타주씬으로 스쳐 지나간다. 그냥 갑자기 사랑이야! 이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 N극과 S극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며 빨려들 듯 사랑을 해나가는 모습이라 더욱 몰입이 됐다.
사랑의 혼돈, 오해와 다툼
샤오샤오(여)는 부자가 되는 것, 부자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항상 달고 산다. 이에 린젠칭(남)은 은근한 압박을 느낀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되기 위해 정말 뼈저리게 노력하지만 세상은 만만치가 않다. 두 사람은 같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과 기대를 갖고 함께 베이징으로 상경하지만 녹록지 않은 타향살이는 결국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그 어떤 상황도 둘을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역시 그런 사랑이란 쉽지가 않다.
이별과 재회, 아픔과 응원
이별한 지 10년 후, 두 사람은 우연히 또다시 만난다. 린첸징(남)은 그토록 샤오샤오(여)가 바랐던 엄청난 성공을 거둔 상태로. 샤오샤오는 린젠칭을 보며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그때의 감정을 떠올린다. 하지만 린젠칭은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 샤오샤오는 다시 그 마음을 꾹꾹 접어 넣으며 이렇게 말한다. "보고 싶었어. 내가 널 놓쳤어"라고. 캐릭터 특유의 장난스러운 느낌이 묻어나지만,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말이다. 그 표정과 그 눈빛, 둘은 다시 이루어지지 않지만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 남는다. 마지막 순간엔 정말로 서로가 잘 되기를, 잘 지내기를 바라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여지는데 그런 응원의 감정을 보여주는 게,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해피엔딩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고,
온전한 이별도 없다.
기대하고 설레지만,
또한 실망하고 후회를 반복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누군가 마음속에 떠올랐다면
그분을 떠올리며 <먼 훗날 우리>를 보는 것도
올 겨울 잊지 못할 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