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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흥행의 세 가지 이유

성공하는 이야기의 법칙

by 김안녕


경이로운 흥행

뜻밖의 성과

반전의 성공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 쏟아지고 있는 찬사다. 이렇게 인기를 얻는 작품을 만날 때면 늘 궁금하다. 왜 인기인 걸까? 왜 성공한 걸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경이로운 디테일, 쾌감, 클리셰 세 가지가 주는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이로운 디테일, 조병규의 '그라데이션' 연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극을 이끄는 주연 배우의 연기가 따라주지 않으면, 초반엔 어찌어찌 흥행할 수 있겠지만 결국엔 힘을 잃게 된다. 그런 면에서 주인공 '소문'을 연기하고 있는 조병규의 연기는 작품의 인기를 견인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보여준 엉성한 매력, <SKY 캐슬>에서 보여준 조연의 개성, <스토브리그>를 통해 보여준 연기력은 인정하지만, 원톱 주연 배우로서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게 사실. 그래서인지 첫 화부터 솔직히 정말 놀랐다.



연기에 그라데이션이 있다. 예를 들어 슬픈 감정이라고 한다면 우는 표정을 바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슬픔을 생각하는 듯한 공백의 시간을 지나 눈물이 차오르며 진짜 내면의 슬픔으로 가는 과정이 있다. 누군가에게 맞아 통증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한다면 "아씨, 나 아파!" 이게 아니라, "어..?" => "이게 뭐야.." => "악!!"처럼 짧은 순간이라도 감정의 단계를 차곡히 밟아가는 디테일이 있다. 그러니까 표면적인, 보여지는 '연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배우 스스로 정말 캐릭터가 되어 느끼는 듯한 '진심'이 있다.


목소리에 고저가 있다. 발성이 좋아서인지 또랑또랑하면서 귀에 박히는 딕션이 있다. 랩을 해도 참 잘했겠다 싶을 정도로. 특히, 카운터로서 본격적인 힘을 얻기 전의 대사들은 약간 느리고 공백이 있었다면, 카운터가 돼 목표가 생기면서부터 그의 대사들은 점점 더 또렷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몸에 유연한 힘이 있다. 비슷한 종류의 액션, 캐릭터를 연기한 다른 배우들은 어떤 면에서 좀 지쳐 보이거나 (방송엔 나오지 않지만 이미 테이크를 너무 많이 가서 그게 드러나거나),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서 오버스럽다거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조병규의 연기는 상황에 '알맞게'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한 힘이 있다. 그런 점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면서도 응원하게 만든다. 이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성공은 경이로운 디테일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조병규의 지분이 결코 작지 않다.



경이로운 쾌감,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비범한 우리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비범한 능력. 대체되는 쾌감이 있다. 이미 한 번은 목숨을 잃었던 가모탁, 추매옥, 도하나, 그리고 목숨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인 고통을 안고 있는 소문. 네 명의 카운터들은 소위 말하는 '인생 2막'을 카운터로서 살아간다. 예전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극적으로 살아나 제2의 인생을 산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 있다. 후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현재를 오롯이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카운터즈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것에 미련 두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오직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선다.


사실 단순히 '정의로운' 캐릭터들은 드라마나 영화에 차고도 넘쳐서 매력적이기가 은근히 쉽지 않다. 잘못하면 진부해지기 마련. 하지만 카운터즈는 다르다. 신념 때문에 몸 담은 조직에서 버려진 가모탁, 어리고 상처가 많지만 징징대지 않는 도하나, 장애를 넘어 경이로운 능력을 가진 소문, 특히나 이런 장르에서 히어로 캐릭터로 많이 그려지지 않았던, 평범한 중년으로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추매옥까지. 우리 옆에 있을 법한 혹은 우리보다 더 약하다고 여겨지는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비범한 능력이 주는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경이로운 클리셰, 알면서도 궁금한 이야기


권선징악 스토리의 전형적 클리셰를 안고 있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의 결말이 부정적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가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지만, 궁극적인 방향성에서는 원하는 바를 성취하리라 여겨진다. 권선징악의 클리셰를 깨는 여러 영화, 드라마들의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면서 이제 예측 가능한 결말은 드라마를 도중에 이탈하게 하는 진부한 요소가 됐지만, <경이로운 소문>은 짐작 가능한 결말 때문에 중도 이탈하는 시청자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 신선함이 있다. 첫째, '융인'의 존재. 융은 이승과 저승의 중간 세계로서 카운터들의 임무를 관할하는 곳이다. 그곳의 담당자인 융인들은 각각의 카운터와 계약을 맺는다. 신적인 힘을 부여받은 카운터의 계약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힘을 사적인 복수나 일에 힘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카운터즈가 히어로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한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둘째, 천천히 드러나는 캐릭터 각자의 서사. 스토리가 진행되며 카운터즈 4명이 어떤 일들을 겼었는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이런 점은 '비범한 능력을 지닌 히어로들의 악귀 타파'라는 메인 스토리라인 안에서 한층 입체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고, 궁극적으로 이야기가 단편적이지 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드라마, 영화의 성공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클리셰처럼 거의 같은 경우가 많다.


'극을 이끄는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공감 가는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전개와 스토리'


이런 면에서 <경이로운 소문>은 흥행의 클리셰를 모두 갖췄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보여줄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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