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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리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게임의 3가지 긍정적 효과

by 김안녕



오늘 숙제 다하면 게임 1시간 하게 해 줄게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부모님이 계실까? 혹시 아직까지도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할까 두려우신지 묻고 싶다. 게임이 얼마나 한 사람을 발달시킬 수 있는지 수많은 연구의 결과들이 있음에도, 편견이란 참으로 깊게 자리 잡는 것 같다.


30대인 난 게임을 즐긴다. 학생 때부터도 그랬고 대학생 때는 물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서도 인생에서 게임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WTO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Gaming Disorder)으로 확정하면서 엄청난 토론의 장이 열린 바 있다. TV 토론회에 나온 어떤 분은 뭔지 모를 분노에 휩싸여 '게임 같은 걸 왜 만드는지'부터 '백해무익한 쓸모없는 것'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공감할 수 없다. 게임의 안 좋은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무조건 좋은 것도, 무조건 나쁜 것도 이 세상엔 없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서비스도 그렇다. 모든 건 내가 주체로서 선택하기 나름이고, 이용하기 나름이며 내 가치관에 따라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린 그 나름이다.


본인의 자식들이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않는 걸, 게임 탓을 한다면. 미안하지만, 그건 게임 탓이 아니다.


그리고 나의 경험으로 봤을 때,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이 다른 것도 잘한다. 게임을 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일례로 백종원 씨는 게임을 함께 하며 만난 어떤 유저가 '취직을 해야 해서 게임을 접는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채용했다고 한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할 확률이 높다고 믿는다고 했다. 실제로 그 사람은 일을 잘해나가고 있다고도 전했다. 훌륭한 게이머는 끈기의 지구력, 작전과 계획을 세우는 지략,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순발력과 꾸준한 연습, 도전을 통해 쌓을 수 있는 실행력까지 모든 스탯이 고르게 잘 갖춰져 있거든.



중독은 당연히 나쁜 것, 본질은 그게 아냐


자신의 할 일을 만사 제쳐두고 게임 중독에 빠지는 건 나쁜 일이다. 당연히 말려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건 '게임'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중독은 좋지 않다. 알코올 중독, 담배 중독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사회적인 경험들을 만사 제쳐두고 공부에만 중독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게임 중독'에서 '중독'이 나쁜 것이지 그 잘못이 '게임'에 있지 않다. 폭력적인 게임을 해서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했다? 그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을 보고 나가 타인에게 칼을 휘두르거나,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누군가를 살인했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칼을 휘두르고 살인을 한 사람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가? 영화를 보고 그랬으니까? 그럴 수 없다. 영화는 죄가 없다. 게임도 죄가 없다.



게임의 3가지 긍정적 영향


게임의 긍정적 영향을 탐구한 여러 연구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3가지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물론 인용하는 부분들이 전체 모든 현상을 아우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1) 정신 건강 향상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소속 니클라스 요하네스 행동과학 박사, 매티 뷰오레 박사후과정 연구원, 앤드류 P. 셔빌스키 교수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즐겁게 한 플레이어들은 정신적 웰빙이 높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특히, 게임을 하며 다른 이와 소통하고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경험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때 그 게임을 '얼마나' 했느냐의 시간보다는 '어떻게' 했느냐의 방법과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게임이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과 긍정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게임을 규제하면 플레이어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차단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더불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경민 교수는 지난해 10월 '2020 넷마블 게임콘서트'에서 "비디오 게임은 인지 기능 저하 억제, 주의력 결핍 보완, 스트레스 경감, 우울증 감소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FDA가 승인한 ADHD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나오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 사회성 습득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과 효과'(조영기) 한양대학교 논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일반적인 놀이이자 또래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실증적인 긍정적 효과가 존재하는데,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그들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라 설명했다.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 및 친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은 교육 효과나 사회성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


특히,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걸 통해 재미만을 위해 게임을 감각적으로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긍정적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관련, 청소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놀이에 대해 모르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3) 온라인 게임, 비대면 시대의 교본이자 로드맵


2020년 발간된 '2021 트렌드 노트(공통의 경험, 새로운 합의)' 도서에 따르면, 게임은 비대면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시대의 교본이자 로드맵이라 일컬으며 비대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소비자이자 동료로서 기성세대는 온라인 게임의 문법과 사고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 티어와 랭크를 통한 공정한 차별

세상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게임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동일하게 성장한다. 공정하게 성장한다. 많은 게임들이 단순히 돈만 지불하면 최고의 랭커로 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등 티어 제도를 통해 공정하게 성장한다. '타고남'이란 요소가 없으며, 이러한 제도들은 게이머 집단의 니즈와 합의에 따라 만들어지고 필요할 경우 수정해 나간다. (이를 그럴듯한 말로 표현하자면, 이용자인 게이머들을 공동 창작자로 인정하며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이미피케이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우리 형' 명명을 통한 실력의 인정

두 유 노우 손흥민? 두 유 노우 페이커? 유명한 '두 유 노우' 시리즈다. 게임엔 '우리 형'이 있다. 객관적으로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을 사람들은 '우리 형'이라 부르며 따른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관계 맺기 방식은 대중의 허브가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우리 형'이 손흥민이나 페이커처럼 까마득히 높이 있는 스타가 아니라, 우리 삶 가까이에 있으며 공감하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런 친근함으로 뭉친 집단은 새로운 허브를 형성, 소통을 만들어낸다.



결론은 뭐다? 사랑해요,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기 위한 변명이라고 말해도 좋다. 게임을 통해 얻는 무한한 성취의 감정과 스트레스 해소, 기쁨은 너무나도 크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게 싫은 분들이라면 최소한 그 게임을 '알고 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그 게임의 '이런 점'이 싫어. 진짜 소통이란 그런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작정 싫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소통의 벽을 세우는 일일뿐.


가끔 모바일 배그에서 초등학생들을 만난다. 그들이 얼마나 영민하고,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야무진지 모른다. 달리 생각하면 게임을 통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소통할 수도 있다. 세대를 넘어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마음을 열고 게임을 바라봐 주면 어떨까.



됐고. 사랑해요, 배틀그라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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