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상륙한 우주 쓰레기 등장?! <승리호> 홍보 퍼포먼스
강남 한복판에 상륙한 우주 폐기물, 승리호
요 며칠간 SNS가 이것으로 뜨거웠다. 바로 강남역에 설치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광고물. 이번 조형물은 우주 쓰레기 청소선의 이야기를 그린 <승리호>의 소재를 차용, 강남역 한복판에 우주 폐기물에 떨어졌다는 컨셉으로 설치됐다고 한다. 특히나 더욱 눈길이 갔던 건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 사람들이 조사하고 있는 듯한 퍼포먼스까지 했다는 것이다. 물체 주변으로는 조금 전 떨어진 듯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방역복을 입은 요원과 취재진들이 실제 조사를 나온 것처럼 퍼포먼스를 벌인 것. 여기에 '승리호 2.5 수거 예정'이라는 홀로그램을 띄워 영화의 공개일까지 자연스럽게 알린 점이 눈에 띈다.
이번 퍼포먼스는 다른 때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가 있다. 코로나로 옥외 광고물보다는 온라인에 홍보를 집중하는 타 컨텐츠 마케팅 활동과 비교하여 오프라인상의 대대적 기획으로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기 때문. 어쩌면 요즘 같은 시기이기 때문에 보다 더 이색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고, 넷플릭스가 그토록 좋아하는 '이런 건 우리만 할 수 있어'하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벤트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얄밉지만(?) 한편으로 참 대단하기도 하다.
한국 드라마, 영화가 시도하기 쉽지 않았던 규모의 마케팅
넷플릭스가 한국 컨텐츠를 런칭하면서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차원이 다른 규모의 마케팅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부분.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마케팅 과정에서 그저 상상의 아이디어로만 머물렀던 것들을 실현하는 느낌이다.
(아, 물론 넷플릭스의 자본과 그들의 마케팅만이 훌륭하다고 칭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돈이나 규모가 전부는 아니니까. 다른 한국 드라마, 영화가 이런 류의 마케팅을 많이 진행하지 않았던 데에는 단순히 돈 만의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전체 예산을 고려한 비용 효과에 대한 참작, 이외 기타 이슈들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선택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마케팅만이 꼭 유효한 것도 아니고.)
어쨌든 넷플릭스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상상만 하던' 규모의 마케팅을 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 <좋아하면 울리는>의 롯데월드타워 체험존
우리 송강이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출연작으로, '반경 10m 내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어플 좋알람에 알림이 뜨는' 스토리 컨셉을 활용한 <좋아하면 울리는>의 대형 체험존.
이용객들 각자가 선택한 사랑의 하트 모양을 마음대로 띄울 수 있는 인터렉티브 크리스탈 조형물 Love Heart Tree와 스노우볼을 연상시키는 포토존 등 작품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체험존. 어느 주말엔 송강이 실제로 커피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고,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 꾸준히 SNS 올라오며 회자되기도 했다.
- 롯데월드타워의 저 공원을 약 2주 정도 빌려 사용한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저 모든 것들을 제작하는 제작비 외에 장소 대여비, 사용비에도 꽤 많은 돈이 소요되지 않았을까 싶다.
# <기묘한 이야기>의 홍대 팝업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탄탄한 마니아 팬층을 이루고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새 시즌의 런칭을 맞아 홍대에서 진행한 이벤트 형태의 팝업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아지트인 '아케이드'처럼 이용객들은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고, 방처럼 꾸민 공간에서의 사진 찍기, 그림 전시,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방탈출 게임까지 말 그래도 <기묘한 이야기>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 당시 하루에 천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끈 바 있다.
- 홍대의 한 2층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고 하는 만큼 인테리어 비용과 건물 대여비가 결코 적게 소요되지 않았을 걸로 생각된다.
넷플릭스가 쥔 양날의 검, 규모의 경제
막대한 제작비와 홍보비를 쓰며 전에 없던 새로운 컨텐츠를 선보이는 넷플릭스엔 호평과 악평이 함께 한다. 퀄리티 높은,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받지만 비단 규모의 경제만으로 밀어붙이는 건 아닌지 그 본질적인 핵심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늘 따라다니는 듯하다.
나 또한 이런 넷플릭스의 규모의 마케팅을 바라보며 '와, 정말 돈이 얼마나 있어야 저런 걸 저렇게 쉽게 할 수 있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동시에 '남이 하지 않는 우리만의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목표 의지와 모든 걸 제쳐두고라도 흥미롭고 새로운 '재미'를 준다는 점 또한 부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가 다른 여타의 드라마, 영화와 다른 점은 플랫폼 자체를 함께 홍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품 자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넷플릭스 작품'이란 것을 항상 같이 알려야 한다. 하여 넷플릭스 고유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녹여내면서도 각 작품을 또한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목하는 한국 컨텐츠를 꾸준하게, 규모 있게 마케팅함으로써 넷플릭스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인식에 심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모든 거을 다 떠나 오직 하나의 결과물, <승리호>의 강남역 퍼포먼스나 <기묘한 이야기>의 팝업존 등 사람들이 순수한 재미를 느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순히 '이런 영화가 이때 개봉한다'라는 걸 죽자살자 알리려고 한다기보다, 작품이 아닌 홍보를 보는 것만으로 어떤 재미 또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런 면에서 넷플릭스가 진행하고 있는 규모의 마케팅이 결코 돈 만의 파워가 아닌 더 멀리 보는 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공개될 다른 한국 컨텐츠의 홍보도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