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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랑쓰 May 01. 2024

면접에서 말 못한다면 외국어 회화능력은 이력서에 빼라

우리 회사에 PM으로 지원하려는 면접자와 면접 중이었다. 꽤나 활동적이고 MBTI로 따지면 E성향이 100%에 가까워서 마침 고객사에 가서 기죽지 않고 고객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적합하겠다라고 생각해서 꽤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중이었다. 경력도 나쁘지 않고 또 자신 있게 말하는 자세도 매우 좋다.


보통 이력서의 마지막 페이지쯤 보면 '외국어 능력' 란이 있다. 지원자들을 보면 대개 여기에 '비즈니스 영어 회화 가능'으로 쓴 경우가 많다. 요즘 시대에 다들 영어는 어느 정도 하겠거니 해서 무심코 넘기던 부분이었는데, 내가 뽑으려던 해당 포지션 같은 경우에는 영어가 필수는 아니지만, 곧 해외시장에 나갈 가능성이 있는 시기라서 한 번 어느 정도 하는지 시켜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본인의 장점에 대해서 영어로 이야기해 주세요"


그랬더니 지원자가 약간 당황을 하더니 "사실은 제가..."로 시작해서 변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제가 비즈니스 영어회화는 많이 해보긴 했는데요. 저를 표현하는 부분은 좀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영어로 준비해오지 않아서요. 완벽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이분만의 케이스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어서 다른 면접에서도 똑같이 '비즈니스 영어 회화 가능'이라고 쓴 면접자들에게 똑같이 영어로 자기의 장점 소개를 부탁드렸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국사람이 다들 그렇듯 영어회화가 약한데 저도 보통 일할 때 그 시나리오에 맞춰 연습하고 고객사에 가는 편이라서요..."와 같은 나를 너무 당황하게 하는 반응들이었다. 아니 그냥 어떤 시사문제나 사회문제를 물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영어로 말씀해 달라고 한 건데...


혹시나 여러분들도 취업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영어로 본인의 장점도 말하지 못하는 수준인데 이력서에 '비즈니스 영어 회화 가능'이라고 쓰셨다면 지금 당장 지우시길 바란다. 나는 오히려 이 영어 빼고 다 마음에 들었던 면접자가 '비즈니스 영어 문서 읽기 가능, 초보적인 회화는 가능' 정도로만 솔직하게 썼었더라면 합격을 줬을 것 같다. 그랬다면 영어를 시켜봤을 때도 잘 못한다고 하더라도 좀 봐줬을 것 같다. 확실히 배우려는 의지와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으니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영어'의 문제가 아니다. 이력서에 대한 '신뢰'이다. 제일 용서할 수 없는 건 이력서에 거짓말하는 거다. 이건 수많은 지원자들을 서류로만 보고 면접 시간을 빼야 하는 면접관들에 대해서 예의가 없는 거다. 취업 과정에서 회사와 지원자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신뢰'이다. 당장 취업이 급해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고 본다. 나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신뢰에 금이 가서 불합격을 시켰던 것을 기억해 주기 바라며, 실력에 대한 어필에 앞서서 이력서에 '진짜 자기 모습'만 담아주시고 본인의 매력을 자신 있게 표현해 주시는데 집중해 주시면 좋겠다.



P.S 혹시 '영어' 외에도 이력서에 거짓말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지워라. 나는 Docker를 했다고 하는 지원자들에게 "컨테이너와 VM의 기술적인 차이가 뭔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제대로 대답 못하는 지원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냥 이력서에서 지워라. 저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Docker를 하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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