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는 관계를 계속 지속해 나가지만 누군가와는 그렇지 못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것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 상대방에 대한 ‘편안함’이다. 나도 30대 중반이 되면서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보다는 내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더 찾게되고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즉 나와 지속가능한 관계가 되려면 나는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이는 지극히 감정적인 영역이다. 상대방의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적인 도움 등으로는 이 편안함의 정도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에게 편안함을 느낄까?
상대방이 내게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 일관성이란 나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 내 예상범위 내에 어느정도 들어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직선 그래프를 그려놓고 왼쪽으로 갈수록 부정적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긍정적이라고 한다면 이 직선 그래프에서 상대방의 반응범위가 어디인지는 내가 대략 그릴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대화가 편안해지고 결국 이 사람에 대한 편안함과 함께 지속가능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에게 아래와 같은 푸념을 했다고 하자.
“지금 회사 때문에 힘들어. 상사가 날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이 때,
평소에 나의 푸념에 대해서 대체로 고민상담을 잘 해주던 친구라면 나는 “걘 또 시작이야? 그래 이야기 해봐. 들어나 보자” 라는 우호적인 반응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친구가 갑자기 “넌 날 보자마자 짜증부터 내냐“, ”너가 뭔가 잘못했겠지“라며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반응을 받게 된다면 나는 이 친구에게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말을 하는 순간 이 친구가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예상해야 하는 두뇌를 써야하는 활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두뇌를 쓰게 되면 사람이 피곤해진다.
물론 친구가 상황에 따라서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아니면 중립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친구가 반응할 수 있는 범위를 내가 잘 알고 있느냐인 것이다. 직선 그래프에서 이 친구의 반응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나도 그 범위 안에서 상대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두뇌를 쓰지 않아도 되는 대화가 가능하고 이는 편안함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응을 종잡을 수 없는 일관성없는 사람이 주변에 반드시 있을거다. 신기하게도 주로 직장에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매번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때마다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해야 하는데 생각만해도 겁나게 피곤하다. 같은 내용이어도 어제는 별말 없이 결재를 해줬는데, 오늘은 폰트크기까지 꼬투리를 잡아가며 결재를 안해준다. 무슨 상황인지도 감이 오지 않아서 직선 그래프에 이사람의 반응범위를 그릴 수도 없다. 기뻐할지, 화를낼지,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 상대방의 일관된 반응이 그 사람에 대한 편한 감정을 만든다.
역지사지로 나 역시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예상가능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내 팀원들에게는 모두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어떤 고민을 들고 찾아오면 바쁘다고 뒤로 미루지 않고 바로 회의실을 잡아 고민을 함께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다. 고객에게도 파트너로서 줄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주려고 하지만, 계약범위를 벗어나며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한 부탁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와이프와도 대화할 때 반복되는 주제에 대해서 지겹다고 짜증내지 않고 세심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들과는 회사이야기, 주식이야기 이런건 하지 않고 인생 사는 이야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일관성을 지킨다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만 계속 연습하면 되는 것 같다.
일관성 없이 두뇌풀가동 해야하는 관계는 역시 지속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