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3주마다 한 번씩 간다. 한국 남자들의 전통적인 고민인 옆머리가 슬슬 떠가기 시작하면, 내가 항상 가는 미용실 예약을 잡으러 네이버 예약을 들어간다. 이전에 마지막으로 머리를 자른 게 언제인지 찾아본다. 아직 3주가 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참는다. 생각보다 미용실 물가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얼추 3주가 되어가면 예약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예약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시간은 왜 이토록 빠른 것인가 ‘라는 아재스러운 상념에 빠지곤 한다. 3주라는 시간은 너무 긴 시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다. 3주 동안 60끼가 넘게 먹는다. 3주 동안 출근을 15번이나 했고 만약 15일을 쭉 휴가를 내서 쉬었다면 나는 거의 신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회사의 업무흐름을 놓칠 수도 있는 시간이다. 또한 반려견의 수명을 굳이 사람의 수명을 비교해서 생각한다면 사람의 1일의 시간은 반려견의 7일과 같다고 한다. 우리 집 귀염둥이 모카에게는 내가 미용실을 가면서 간식을 줄 때마다 5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러가 버린 거다. 내가 머리를 세 번을 자르러 가면 모카에게는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오늘 예약한 미용실에 들어선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미용실과 나를 어느 때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는 디자이너 선생님들. 너무나 변한 것들이 없어서 마치 일주일 전에도 온 것 같은데 실제로는 3주의 시간이 흘러있다. 마치 미용실 문을 열면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전에 머리를 자르러 올 때의 나와 오늘의 나는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
무언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사람이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