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스타트업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결심한 순간부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냥 눕기만 하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지?
이게 진짜 맞는 선택일까?
근데 또 그런 걱정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관두고 내 사업을 해보겠다고 결심까지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푹 자고 있다면 그건 그냥 생각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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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무모한 선택은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취직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국내 IT 대기업에 이미 내정까지 받았었지만,
일본의 한 대기업에서 “일본어 못 해도 된다. 엔지니어링만 본다. 일본어는 우리가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홀린 듯 결정해 버렸다.
그땐 처자식도 없었고, 여자친구도 없었으니까 결정이 훨씬 단순했다.
지금은 다르다. 사랑하는 와이프가 있고, 같이 그려가는 인생이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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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까지 나설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와이프 덕분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내 힘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계산부터 하기보단 먼저 믿어줬다.
“그냥 해봐. 더 늙기 전에 실컷 도전해 봐.”
그 말이 정말 큰 버팀목이 됐다.
무작정 회사를 뛰쳐나왔는데도 묻지 않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요즘 정말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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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일 불안하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걱정된다.
그래도 이상하게 즐겁다.
회사 다닐 때 하던 걱정, 스트레스보다
지금 겪는 고민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다.
요즘은 사업 구상하고, 잠재 고객을 만나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일이 내 하루의 대부분이다.
체력도 정신도 많이 쓰지만, 그만큼 충만하다.
내가 뭘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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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도전한 건 맞지만,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건 아니다.
오랫동안 고민했고, 그만큼 큰 결심을 했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보고 싶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
1년 뒤, 3년 뒤, 그리고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웃으면서
“잘 버텼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