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 일반노무, 노와사
공인노무사가 되면 일반 노무와 산재 중 어느 쪽으로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할지 고민을 가장 크게 한다. 일반 노무와 산재는 하는 업무가 달라서 바뀌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그 고민보다 노와 사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더 먼저라고 생각한다.
일반 노무는 4대 보험, 임금, 해고, 노사관계 등등 보통 노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들을 말하고 산재는 업무상 재해를 당한 분들이 요양급여 등을 받으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을 말한다. 일반 노무는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기업에 갈 생각이 있다면 더 유리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산재 쪽은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지방 출장이 잦은 편이라 운전을 잘하면 좋고 병원 등 장소에서 직접 영업을 하며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수가 일반 노무보단 높아서 임금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면 산재 노무사들이 개업하면 초기에 더 빠르게 정착하는 편인 것 같다.
나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 적성에 더 맞을 것 같아서 일반노무를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일반 노무에 와 보니 일반 노무도 지방 출장이 적은 편은 아니라서 운전 실력은 고고익선인 듯하다.
주변에 일반노무를 하는 사람도 많고 산재로 간 사람들도 많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부러워하는 점도 있지만 각자 나름의 고충이 존재한다. 그래서 수습이 끝나고 산재에서 일반노무로 일반노무에서 산재로 이동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시 0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큰 장애물로 느껴지겠지만 걱정보단 더 가볍게 여겨도 될 것 같다. 법인에 채용되어 있을 때는 산재와 일반노무가 아예 다른 업무라고 느껴지지만 개업을 하신 분들을 보면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다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반노무 전문이라도 산재 건이 들어오면 수행을 해야 하고 모르면 멘땅에 헤딩하듯 배우며 처리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고민은 노와 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다.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의아할 수도 있다. 수험 때 노동법을 배울 때 노동 3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지켜져야 하고 부당노동행위는 나쁘다고 공부했고 3차 면접 전형에서도 공인노무사가 ‘공인’인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 노사 중립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답변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동일하게 느꼈다. 집체교육 때 하종강 교수님께서 노동의 가치와 노동운동이 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겠지만 노무사로서 일하다 보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하신 말씀이 처음엔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노조가 생길 뻔한 것을 막은 걸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노조와 노동자는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게 이상했던 내가 반감을 나타내자 그는 노 노모(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가입 시 사측 사건을 하지 않음)냐고 반문했더랬지.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할 때에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나도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서야 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오히려 회사에 있을 땐 나의 권한을 이용해 노사가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고민했었다.
사라고 해서 항상 극단적인 인건비 절감을 통해 노동효율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노라고 해서 항상 충실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바람직한 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협력적 노사관계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그리고 때론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로 충돌할 때도 많더라도, 난 적어도 그 둘이 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노조든 법인이든 기업이든 어디에서 일하든지 간에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단지 상사가 시켜서, 고객이 원해서 라는 피상적인 이유 말고 더 근본적인 이유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노동인권을 위한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회사 내에서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허울뿐인 말이 되어서도 안 된다.
어려울 수 있겠지만 돈보다도 작고 소박한 가치관을 지키며 양심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노무사가 아니라 진짜 ‘공인’ 노무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