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옛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익숙지 않은 얼굴이 몇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금세 다시 친해졌다. 그러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 됐을 때, 강남의 한 가게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헤어지려 했다. 나는 몇 숟갈을 채 뜨지 않고 집에 가려하니 내가 서울에 집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서울에 집이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실컷 택시를 타고 그 집에 갔는데 만약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괜한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될 것 같아 하루만 묵을 겸 친한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는 그 새벽에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나는 괜스레 방해가 될 것 같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수화기 넘어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혹시 그 귀찮은 친구의 전화냐며 말했고, 내 친구는 조용하라는 듯이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생각지 않은 상황에 당황해서는 어차피 첫 차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날이 밝으면 바로 집에 가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그 친구의 횡설수설한 말을 알아듣지 못해 전화를 쉽사리 끊지 못했다. 나 또한 그 상황이 답답해져서 그냥 다음에 연락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 나를 기다려주던 동료와 함께 허름하지만 나의 집과 비슷한 곳에 있게 되었다.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나의 당황스러웠던 통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2시간만 더 버티면 된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내가 연락했던 그 친구가 정말 나를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잠을 깨서도 나는 그게 사실인 건가 싶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