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따가 Mar 29. 2022

부업으로 시계 앱 출시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김칫국은 그만 마셔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대감에 부풀기 마련이다. 회사에서 억눌려 있던 창의력을 한 껏 발휘할 생각에 못할 것이 없어 보이고, 머릿속에선 이미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벌써 기깔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경제적 자유를 이뤘고, 얼마를 돈을 받고 엑싯할 지 김칫국 마시기 바쁠 거다. 하지만 꿈 깨는 것이 좋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것은 프로젝트를 지속할 동기는 될 지라도.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많으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다. 하고 싶은걸 다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건 사이드 프로젝트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몇 번의 실패를 뒤로하고 '아이디어 지옥'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아이디어나 기획은 최소로 하고 먼저 프로덕트를 출시하는 것을 제일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품질을 우선해서 가장 단순한 앱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그 후에 발전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던 기획은 옆으로 치워두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기로 한 것은 '시계 앱'이다.



이제 와서 시계라니? 


IT 쪽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마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이미 좋은 것이 있다면 가져다 쓰면 되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또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바퀴를 '발명'하지 말라는 말이지 바퀴를 '만들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퀴를 꼭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따금 바퀴를 먼저 출시해야 할 때도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다 비슷해 보이는 바퀴라도 서로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앱스토어에서 '시계 앱'을 찾아보자. 괜찮은 시계 앱 찾기가 마땅치 않다. 딱 봐도 디자인이 별로 라던가, 한 가지 시계 모양만 제공한다던가, UI/UX는 별로 고려하지 않은 앱들이 대부분이다. 좀 괜찮다 싶으면 구독제로 한 달에 1달러씩 내야 한단다. 안 그래도 넷플릭스니 디즈니플러스니 구독하고 있는 것이 좀 많은가... 시계까지 구독하고 싶지는 않다. 


시계를 만들기엔 너무 재미없지 않으냐고? 괜찮은 시계 앱 찾기가 어려웠던 것처럼 그 단순한 시계 앱조차 제대로 만들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다른 시계 앱들을 벤치마킹해서 필요한 기능들을 버그 없이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해야 할 일은 넘친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시계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작지만 확실한 성공이 필요했다.



앱 이름은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JUST CLOCK'으로 정했다. 디지털, 플립, 아날로그로 시계 테마를 변경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색상, 시간 표시 방법, 날짜 표시 여부 등을 설정할 수도 있다. 백색소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시계 초침 소리도 넣었고, 항상 옆에 두고 써야 하기에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욕심을 좀 내려놓고 돌아서 가기로 했다. 한 번의 시도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높은 곳에 닿기 위해선 발판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IOS


안드로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