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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May 06. 2024

집이 좋은 사람 (6)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주의해야 할 것 한 가지. 집단에 속지 않아야 한다. 집단에 먹히면 안 된다. 물론 집단적인 삶이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도 있다. 내가 유별나서 이런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공동체적인 삶이 주는 행복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복잡한 논의는 제쳐두자. 어찌 되었건 어렸을 때부터 자발적 아싸의 삶을 살아온 나에겐 이곳은 숨 막히게 집단적이었다. 집단이 잘 보이는 부분 예컨대 군대라던가 학교라던가 가족이라던가 하는 부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개인적인 부분. 취미를 갖고 여행을 가고 휴식을 취할 때조차 나는 집단 속에 있다. 


집단 속에서 살다 보면 괜히 반대로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굳이 집단에 속하려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는 생활 속에서 아주 사소하게 발견되기도 한다. 영화를 볼 타이밍을 놓쳐 모두가 봤는데 나만 안 본 영화가 있다면 오히려 평생 그 영화를 보지 않거나. 모두가 열광하는 가수가 있다면 나의 취향으로써는 그저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거나. 이런 방법으로 개인은 집단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한다.


 누군가는 이런 현상을 홍대병이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홍대병이라고 낙인찍기보다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낙인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낙인에 움츠러드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작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평가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공고한 집단주의에 금이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집단주의를 깨는 것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이라 내가 응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월드컵 응원조차 남의 집 불구경하듯 지나 보냈던 나에게, 이런 균열은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준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연휴에 어디 놀러 가는 것이 당연한 듯 물어보는 스몰톡 문화가 불편하다'는 거다. 연휴에 그냥 집에서 빈둥거렸다. 내가 빈둥거렸다는 것은 책 좀 들춰보다가 유튜브 좀 보다가 글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산책도 나갔다가 군것질도 했다가. 뭐 이랬다는 거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민망하다. 나에게 휴일은 너무 짧아서 특별히 뭐 했다고 하기 뭐 한 일만으로도 꽉꽉 채워져 버린다. 나도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에게 휴일에 뭐 했는지 물어봐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나무라지도 못하겠다. 그냥 휴일 하루 더 있다고 괜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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