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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pr 25. 2020

게으름뱅이를 위해 앱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초보 앱 개발자의 데일리리포트 앱 개발기

대학생의 10만 사용자 어플 개발 후 매각 후기

안드로이드 어플 3일간 만든 앱 수익공개

월 수익 1300만원! 실제 앱 운영자의 리얼 인터뷰


유튜브에 '앱 개발'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영상들이다. '코딩 조금 할 줄 알면 앱 하나 뚝딱 만들어서, 운 좋으면 퇴사할 수 있으려나' 하고 누군가는 생각할 법하다. 그 누군가가 바로 나다. 앱을 공장처럼 찍어내다가 운이 좋아 하나 얻어걸리면 퇴사가 꿈은 아닐 거다. 앱은 만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코딩은 조금 할 줄 알기에 언젠가 내 서비스 하나 만들어 보자는 바람이 있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다 싶었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은 '개발자들은 자기가 만든 서비스 하나쯤은 있지 않나'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개발자들은 자기 서비스를 갖는 것이 로망인 경우가 많다. 올해도 내 새해 목표는 '개인 프로젝트'였다. 새해 목표는 늘 그렇듯 날씨가 따뜻해질 즈음에는 잊히기 마련이지만, 올해의 나는 욕망에 부풀어 있었다.



쉽고 빠르고 돈 되는 앱 개발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사용할만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매일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체계적으로 살고 싶어 TODO 앱을 여럿 사용해봤으나 매번 실패했다. 꽉 짜인 하루가 나에겐 맞지 않는 듯하다. 나처럼 '할 일' 관리가 어렵다면 '일'을 적어보면 어떨까.


데일리리포트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 관리 방법이다. 한 시간 단위로 내가 한 일을 기록하고 하루가 끝날 때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돌아본다. 우리는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고 매번 변명하지만, 사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오늘 무얼 했는지 간단한 회고하는 것만으로도 내일은 더 나은 하루가 된다.


데일리리포트 앱을 만든다면, 시간별로 글자만 적으면 되니 나 같은 초보 앱 개발자가 도전하기에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열정에 불타올라 며칠 만에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냈다. 



이때만 해도 금방 완성할 줄 알았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쓸만한 앱을 만들려면  필요한 기능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루 쓰고 말 것이 아니니 날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마다 활동 시간이 다르니 화면에 표시되는 시간 범위도 설정할 수 있어야 했다. 오늘의 목표를 적는 작은 메모도 있어야 의욕이 생길 것 같았고, 용돈 벌이라도 하고 싶었기에 광고도 작게 넣었다. 처음 하는 앱 개발이라 구현에 애먹을 때도 많았고, 잘 동작한다고 좋아하다가도 여기저기서 버그가 튀어나왔지만 욕망의 앱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달력 하나 붙였다


투박한 디자인도 눈에 거슬렸다. 나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앱을 원했지만 무채색의 밋밋한 앱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한 감성도 입히고 싶었다. 하지만 고딕체와 명조체의 차이도 잘 모르는데 어림도 없지! 혼자 낑낑대다가 이런 쪽으로 그나마 감각이 있는 친구를 꼬셔 동업자로 삼았다. 친구도 디자인을 해본 적은 없었기에 머리 싸매고 같이 고민하는 날이 많았지만, 점차 무채색의 투박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따뜻한 감성이 배어 들어갔다.


디자인에 어울리게 로고도 만들고. 앱의 이름도 지었다. 데일리리포트 앱을 쓰는 사람들이 바른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앱 이름을 '바른생활'로 정했다. 어릴 적에는 언제나 '참 재미있었다'로 끝나는 일기만 써와도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는 했다. '바른생활' 교과서를 보고 자란 그 시절처럼, 우리 앱 사용자들이 한 일을 솔직하게 적기만 해도 '참 잘했어요' 도장을 주고 싶다.


디자인 알못에게 앱 디자인은 너무나 큰 벽이다


프로토타입을 만들 땐 간단한 앱이니 2주면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출시할 때가 되니 어느새 두 달이 훅 지나가 있었다. 퇴근 후 없는 시간 짬을 내어 개발했지만, 처음 하는 앱 개발이라 지지부진이었다. 내 저녁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아는 개발자들은 젊은 나이에도 탈모인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은 걱정이 된다. 요즘 내 머리에도 새치가 많이 보이던데, 혹시 새치는 탈모와 관계가 있나? 광고 수익이라도 좀 있다면 위안이라도 될 텐데... 출시 후 2주가 지났지만 작은 배너 광고로 지금까지 300원 벌었다. 쉽고 빠르고 돈 되는 앱 개발은 어디에 있을까.


데일리리포트 어플 완성이다!



욕망에 솔직한 앱 개발

앱 개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만들어서 사용자도 며칠 만에 10만 20만 늘어나기를 바랄 거다.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솔직하게 내 욕망을 인정하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그런 손쉬운 욕망 말고 다른 욕망에도 솔직하고 싶다.


단지 몇 명일 지라도 내가 공들여 만든 서비스를 사용해준다는 뿌듯함. 회사일 말고도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해냈다는 감각. 그리고 어릴 적 일기장에 받았던 '참 잘했어요' 도장으로도 세상은 욕망할 만한 것이 된다. 그럴 때면 오히려 디자인 때문에 앓던 골머리와 원인 모를 버그로 늘어가던 새치가 그렇게 밉지만은 않을 거다.



 

데일리리포트 앱 바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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