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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pr 11. 2020

식물 킬러의 콩고 살리기

식물 키우는 법을 배우기

삭막한 집안에 화분 하나 키우고 싶다는 작은 로망이 있었다. 꿈은 꿈으로만 남겨두었어야 했나. 로망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는 참혹했다. 몇 번씩이나 식물을 죽이고 화분과 흙을 내다 버리기를 여러 번. 나는 식물 킬러로 거듭났다. 초보자용 식물이라고 하는 '고무나무'니 '테이블야자'니 하는 강한 녀석들마저도 내 손에 죽어나간 이후로, 이 짓은 정말 못할 짓이다 싶어 식물 키우기는 한동안 포기했었다. 그런 내가 이사를 하며 다시 '콩고'라는 녀석을 선물 받아버리고 만다.


콩고는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 물만 잘 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 키우기 어렵지 않은 강인한 녀석이라고 했다. 이번엔 죽이지 않겠노라며 여러모로 신경을 썼고, 데려오고 나서 2주 동안 녀석도 건강해 보였기에 이번에야말로 식물 킬러의 오명을 벗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한 달 즈음 지나서부터 시들시들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콩고 마저 보낸다면 남은 내 인생에 식물은 키울 용기는 내지 못할 것만 같다. 이번에는 물주는 날짜도 적어놓고 꽤 신경 쓰고 있었는데, 잠시 방심한 사이에 내가 물을 안 줬나? 콩고 마저 이대로 보내야 하는 걸까. 무엇이 잘못된 건가. 


이렇게 말라버린 줄기가 한두 개가 아니다



식물 죽이는 재능 

식물을 데려올 때 무슨 요리 레시피 마냥 '며칠에 물 한 번 주면 되는지'만 물어보고 키우는 법을 다 알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식물 죽이는 재능일 거다.  <배우는 법을 배우기>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옳은 듯 보이는 것을 하려고 맹목적으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지성을 배움의 과정에 의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물 한번 주란다고 정말 일주일에 물 한번 주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식물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고 식물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잘 관찰하여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지런하지 않아 식물을 죽이는 게 아니다. 언제 물 주었는지를 잊더라도 식물이 어떤 상태인지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면 물을 더 줘야 할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다.


콩고 살리기

'잎이 노랗게 되는 이유'를 검색해보면 대개 이런 식이다. '과도한 수분' 혹은 '부족한 수분'이 원인이 될 수 있고, '과도한 직사광선'이나 '너무 적은 빛'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거기다 '영양부족'이나 '찬바람', '질병'까지 다른 이유도 많다. 나와 같은 초보자는 이중에 어떤 것이 원인이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물 주는 걸 잊었나 보다 하는 생각에 물을 더 자주 주고, 혹시 빛을 못 받아서 그런가 하여 하루 몇 시간씩 창가 쪽에 놓아보기도 했으나 신통치 않다. 식물은 통풍이 되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고 하여 환기도 많이 시켰으나, 추워서 그런지 오히려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뿌리가 없이 줄기가 뽑혀 나오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과습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레시피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줬는데 말이다. 


콩고를 햇빛이 잘 들지 않고 통풍도 되지 않는 구석진 곳에 두었기에, 정해진 때에 준 물이 오히려 과습의 원인이 되었다. 반음지 식물이라고 해서 구석진 곳에서도 잘 살거라 생각했다. 나는 그저 어울리는 자리에 두고서 레시피대로 물을 주면 죽지 않을 것이라고 멋대로 판단했다. 식물은 물을 기계적으로 빨아들이지 않는다. 주변 상황에 따라 생리 작용이 달라지며, 화분의 상태도 습도와 통풍 등에 영향을 받는다. 


살아났다!


나의 가장 큰 잘못은 내가 원하는 대로 녀석을 키우고 싶어 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곳에 화분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살 수 있는 곳에 두어야 하고, 내가 알맞다고 생각한 때가 아니라 식물이 필요한 때에 물을 줘야 한다. 집에서 가장 통풍이 잘 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겼다. 과습 상태일 테니 물도 한동안 주지 않았다. 고작 며칠 만에 떨어지는 잎이 없어지고 이제 새 잎까지 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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