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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ug 23. 2021

혼인서약서에 진심입니다

결혼식 딱 한 달 남았습니다

보통 혼인서약을 하는 자리는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하객 분들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고, 남편으로써 그리고 아내로서 서로 간의 책임을 다 할 것을 약속하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아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겠다거나. 싱그러운 첫 만남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결혼하면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가 되기를 기대받거나, 한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생깁니다. 평생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함께 한다는 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누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부탁한 적도 없었지만 저희도 책임과 역할이 버겁게 느껴져 지레 결혼을 주저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안일하는 것이 당연하고. 매달 월급봉투 가져다주는 일이 당연한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기 이전에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일입니다. 그래서 결혼이 두렵거나 힘겨운 일이 되지 않도록 저희 둘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약속을 하려고 합니다.



하나. 좋은 남편, 좋은 아내이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내는 집안일 남편은 바깥일'처럼 역할을 나누기보다는 한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우리의 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항상 함께 상의하고, 부부이기 이전에 먼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 상대방을 고쳐 쓰지 않겠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른 팀원을 비난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팀원이 실수를 했다면 함께 의논하고 챙겨주지 못한 저의 탓이기도 합니다. 부부도 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는 서로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을 함께 바꿔 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겠습니다. 때로는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기도 하겠지만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왜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을지를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셋. 서로의 구원자가 되겠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잊고 남들이 사는 모습이 부러워 쫓아가고는 합니다. 저희가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잊지 않고, 서로가 원하는 삶을 공유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함께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이 될 때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 주겠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구만리이고, 사람 사는 일 중에 오락가락하지 않는 일은 없다고는 하지만

저희의 이 마음만은 잃지 않기로 여러분 앞에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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