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위주로 하나씩 채워가기로 마음먹었다. 기록되지 않았던 감정이나 순간에 대해 정리해두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그렇게 하면 조금은 무료했던 하루하루에 자극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약 한 달간, 나는 나의 시간 일 분 일 초가 힘들고 지치는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힘든 일이 여럿 겹치는 것은 나를 매우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요즘의 하루는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때로는 울고 때로는 화가 나고 때로는 마음이 아파온다.
그러고 보면 과거 연인과의 이별 이야기나 회사 상사와의 작은 갈등 같은 것은 어쩌면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주위에 두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때의 나도 쉽지 않은 시간이라 여기며 고통스러워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오히려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시간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낸다.
감정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 때, 또 그런 일들이 여럿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어떤 일에 위안을 받아야 할지 모를 때,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보내는지 궁금한데 이런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이 주변에 한 명뿐이고 또 그 한 명에게만 쉬지 않고 기대자니 이젠 미안함을 넘어 그가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케파를 넘겨버리진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내가 했던 행동과 생각의 한계, 무지했던 정보, 세상을 쉽게 살고자 했던 오만함... 후회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불필요하다 느끼면서도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생각의 연결고리가 후회뿐이라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다.
어느 정도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여겼는데 아직 나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어린아이 같고, 이기적이며, 성숙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어느 순간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이 조금도 나를 안정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도 너무나 힘겹다.
비가 쉬지 않고 내린다. 고난의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면서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