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많은 시간 중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잠잘 준비를 하고 누워 그림책을 보거나 하루에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거리며 이야기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혹 육퇴가 가까워 그런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런거 맞다)
그날도 그런 날 중의 하나였다. 아이들이 아빠와 목욕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하고 포근한 샴푸향을 뿜뿜 내며 내 옆에 누워있었다. 팔배게를 하고 아이들과 하루에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문득 첫찌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ㅇㅇ아,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엄마의 느닷없는, 쌩뚱맞은 질문에 아이는 한번 씽긋 웃더니
”엄마는 무서운 사람이야.” (조금 크더니 엄마를 놀리는 기술이, 농담이 많이 늘은 첫찌다. 농담이 아닌가?! 무튼)라고 말하고는 웃었다.
“무서운 사람?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보여주지. 간질간질이가 출동한다.”
하고는 아이의 배를 두 손으로 최선을 다해 간지럽혔다. 아이는 꺄르르꺄르르 신나게 웃어댔다. 나도 같이 웃었다. 아이와 한바탕 신나게 웃은 후, 또 한번 물었다.
“ㅇㅇ야,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엄마는 소중한 사람이야.”
“소중한 사람?”
“응, 엄마는 소중한 사람이야.”
이제 갓 세돌이 지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했다.
육아를 하며 지독한 우울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였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절. 임신, 출산으로 볼품없이 변해버린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남들 다하는 육아가 버겁기만한 내가, 잘 해내지 못하는 내가 밉고 싫었다. 나 같은 건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려도 좋을거라 생각하던 때였다. 그런 나에게 이 자그마한 아이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다시 힘을 내, 용기를 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가 전부이고 우주인 이 아이를 위해, 언젠가는 그리워질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