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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Apr 10. 2023

뉴스와 예술의 상관관계

지적 허영심을 채우는 건설적인 방법에 대하여

사람들은 바쁘다.

콘텐츠는 넘쳐나고 대화는 이어진다. 점점 개인화/파편화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쩌면 대화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더 이상 외롭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화에 끼고 싶다.

꼭 알아야 하는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고, 유튜브에는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드라마든 영화든 닥치는 대로 요약해 준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먹히는 이유는 아마도 가성비를 따지는 누군가를 위한 일이다.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지적허영심과 미미하나마 미칠 수 타인과의 관계결속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걸까? 뭔가 놓치는 게 있는 것 같아 찜찜하다.


넷플릭스 다큐 'Abstract' Neri Oxman

자연의 특정 현상은 과학의 역할로 하나의 지식이 된다. 지식은 경제와 만나면서 사용성을 요구받고 엔지니어링의 영역으로 이어지며  순환의 고리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끝내는 예술의 영역까지 진입하며 하나의 문화가 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네리 옥스만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이 그래픽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렇다면 뉴스는?

피부에 와닿는 뉴스는 얼마나 되나. 누구든 자극적인 핫이슈와 알고리즘이 인도한 정체 모를 썸네일에 클릭 버튼이 가겠지만 정작 내 삶을 바꾸는 것은 따로 있다. 현상은 우리 몸의 피부처럼 어디선가 곪아가는데 크게 아파야만 그 위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하나의 현상을 깊이 체득해야 한다.

특정 사실과 끝내 문화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를 좀 더 앞당길 순 없을까?



BTS의 리더 RM은 최근 인터뷰에서 K-POP이라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프리미엄 라벨'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위트 있게 K-POP에 대한 가벼운 시선을 풍자했다. 두고두고 울림이 되는 말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고 우리에게 'K'라는 수식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각자의 경험 속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국뽕' 누군가에겐 '비즈니스사업'으로 다가올 'K'라는 글자. 우리는 어쩌면 경험해 보지 못한 각자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서로의 'K'를 가늠할 뿐이다.



그럴 때 나는 소설을 읽는다.

미셸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는 밴드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자우너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미국의 한인마트인 'H마트'에서 음식재료를 사면서 치유한다.


"그 앞에서 나는 엄마의 계란장조림과 동치미 맛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다가, 엄마와 둘이서 식탁에 앉아 얇은 만두피에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소를 넣고 만두를 빚으며 보낸 그 모든 시간을 떠올리면서 만두피 한 덩이를 집어 든다. 그러다가 건조식품 코너에서 훌쩍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p10 


그녀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엄마와의 생생한 추억을 되찾는데 그곳에서 떠오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당신이 찾던 그 'K'일 수도 있다.


RM의 뉴스 기사에서 'H마트에서 울다'를 읽을 수 있다면 그 깊이는 남다르다.

콘텐츠는 이렇게 읽힐수록 강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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