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시장 경제에 관하여
탄핵 국면을 지나서 이제 2025년 한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됐습니다. 각 후보의 경제 정책이 주목받고 있고 그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자본시장 개혁 공약'은 단순히 주식시장에 대한 기술적 수정을 넘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시선의 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요.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상법 개정과 불공정 거래 근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주요한 개혁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전 정부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 보고자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도 하고 '밸류업 지수'를 공개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던 난제였죠. 이재명 후보는 코스피 5000시대를 공언했습니다.
이 정책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개미 투자자'를 향한 정서적 공감과 자신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자본시장 정책 간담회에서 스스로를 "한때 꽤 큰 개미였다"고 고백했습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도, 그리고 정치 활동을 잠시 중단했던 시기에도 그는 주식시장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히며, 주식 투자자로서의 경험이 정책 형성에 반영되었음을 언급했고요. 그는 "정치를 마치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갈 확률이 99.9%"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그가 실제로 시장 참여자의 정서와 불안, 그리고 희망을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무항산 무항심' 이라는 말이 있죠.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해도 모자랄 시점에 주식 투자자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솔직한 한 개인으로서 어필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영화 <Dumb Money>를 자연스럽게 떠올렸습니다. 2023년 개봉한 이 영화는 2021년 미국 게임스톱(Gamestop) 주가 폭등 사태라는 실화를 중심으로, 소위 '개미 투자자'들의 집단적 저항이 어떻게 금융 권력 구조를 흔들 수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데요.
영화의 주인공 키스 질(Keith Gill)은 유튜브에서 'Roaring Kitty'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모두가 주목하지 않던 게임스톱 주식을 깊이 분석하고 매수합니다.
"I like the stock!"
단순하고 직설적이죠. 그러나, 단순한 매수 이유 이상의 것을 말해주는데요. 그것은 키스의 분석, 신념, 그리고 감정이 집약된 표현입니다. 그는 단지 수익을 위해 이 주식을 산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 주식에 미래가 있다고 믿었고, 이 주식을 통해 자신이 믿는 시장의 정의가 회복되기를 바랐고 그의 진심은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If he's in, I'm in."
팔로워들의 '따라 투자하겠다' 역시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신뢰의 전이'이며, '연대의 형성'입니다. 주식 시장이 단지 숫자와 그래프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복합체임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지요.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Retail traders always lose."
반면 영화 속 헤지펀드 매니저 게이브는 회의 중 냉소적으로 대응했는데요.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 정보에서, 자본에서, 접근성에서 불리하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고, 전략이 퍼지며, 연대가 형성되었죠. 이러한 변화는 자본시장에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한 '불공정 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와 감사 분리 선출' 등 기존의 권력 집중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담긴 제안들입니다.
정책의 진정한 가치는 현실을 반영할 때 드러나지요. 자본시장은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미래를 꿈꾸는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책임성은 단순히 투자자의 권리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요. 한국 사회는 2020년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크고 작은 불공정 거래, 기업의 갑질, 주가 조작 문제들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책은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시장은 누구의 것인가? 누가 그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는가? 자본은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이 질문들에 대해 일정한 답을 시도하는데요. 단지 주가지수를 올리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철학, 즉 신뢰 회복의 서사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을 <Dumb Money> 속 키스의 아내 캐롤라인이 남편에게 말하는 한 마디는, 시장의 본질적 변화를 암시합니다.
"The game has changed."
게임은 바뀌었습니다. 정보의 흐름도, 투자자의 구성도, 그리고 시장에 요구되는 윤리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는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시장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기때문이죠. 그것은 대중의 공간이며, 정치가 책임져야 할 신뢰의 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