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어려운 경제뉴스

지식과 사람사이의 장벽에 관하여

by 월간 텍스트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는 시사교양을 17년간 제작해온 사람입니다. 주로 해설 프로그램에 집중한 커리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늘 어려운 이슈를 접할 때가 많았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곳곳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해설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물론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 프로그램도 해봤지만, 오히려 그 사안에 대한 파악이 깊고 넓어야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우여곡절 끝에 배운 사실 하나는 'PD는 지식과 사람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직업이구나' 입니다. 그래도 모르고 진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방송되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한다고 채찍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잘 아는 방법 외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1년전 저는 경제프로그램 하나를 맡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명은 '경제토크쇼픽'. 9년여간 정치프로그램을 할때는 균형에 대한 긴장감때문에 더욱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이번엔 잘 알지도 못하는 경제라니. 처음엔 막막하기만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신문을 놓지 않았던 습관 덕인지 시사점을 찾는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매일을 경제 공부에 파묻혀 지냈습니다.



매일경제.jpg 출처: 매일경제 기사


이를테면 위와 같은 뉴스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는데 그래서일까? 최저임금은 얼마길래? 50대 이상 나이든 사장님만 그런걸까? 젊은 사장님들은 괜찮은걸까? 뉴스 헤드라인으로만으로는 체감할 수 없는 기사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기사 형식의 한계이기도 하고 오랜시간 시선을 붙잡기엔 스토리텔링의 여력도 부족합니다. 세상엔 흥미로운 쇼츠들이 넘치고 포털에는 많이 본 뉴스 1위를 등극하곤 좀처럼 순위를 내어주지 않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시선을 끕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갖지 않는 구석 어디선가 문제는 피어오릅니다. 50대 이상의 자영업자 사장님은 우리의 아버지일수 있고, 자영업자 공화국인 된 대한민국의 실정이 800만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의 초고령화와 연금개혁의 문제도 세대갈등의 화약고입니다. 일본에서는 초고령화를 다룬 영화 '플랜 75'로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했습니다. 영화의 주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안락사를 지원하는 정책인 '플랜 75'를 시행합니다. 이 제도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신청자에게는 준비금과 장례 절차 등이 제공됩니다. 현대판 '고려장'을 눈 앞에 데려온거죠. 그래서 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도 해설에 필요하면 문화콘텐츠의 힘을 빌리곤 했습니다. 콘텐츠는 그렇게 읽혀야 강력해지니까요.


다시 돌아와 벼랑 끝에 선 자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직무대행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온라인 판매 증가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자영업자들의 폐업률 증가를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해석한 발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자영업자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 중 하나가 음식업이고, 대부분 배달 플랫폼에 가입한 분들"이라며, "높은 금리와 물가로 얼어붙은 내수 경기 침체가 자영업자 탓이냐"고 반문했습니다.


한국일보.jpg 출처: 한국일보


정치권이 이렇게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 우리도 제대로된 통계와 데이터 등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영업이 벼랑 끝에 선 이유를 한 두가지의 설명으로 얘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이 간혹 포퓰리즘성 선동을 할 때에 중심을 잡을 만한 근거가 우리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뉴스를 볼 때 '저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 했겠구나'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투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정치와 경제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이번 계엄 사태로 더욱 자명해졌습니다.


저는 자영업을 비롯해서 궁금증이 무성한 경제이슈를 선정해 40여명의 전문가들과 이 문제들에 대한 토론을 해보고 추가 취재를 한 대화를 엮어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책 홍보도 겸합니다. ㅎㅎ)



경제토크쇼픽표지.jpeg 책 경제토크쇼픽



취재는 후배들과 같이했습니다. 방송을 병행하면서 책을 쓰는게 워낙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내로라하는 전문가분들의 해설이라 큰 부담은 내려놓았습니다. 같이 일하는 이재용 선배 이하 스텝들 포함하여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매일경제TV 정인철 대표, 국장님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각 챕터들의 주제는 방영할 시점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닌 현 경제 상황을 조망할 수 있도록 글로벌 환경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현 과제로 귀결되도록 재배치하였습니다. 그러나 궁금한 챕터들을 먼저 읽어 보아도 무방하도록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각 챕터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서문의 일부입니다.




첫 번째 챕터는 ‘AI 혁명, 새로운 전장을 열다’입니다.

AI 도입으로 인해 3년내에 연간 3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GDP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큰 정책 변화의 중심엔 AI가 있습니다. 그 실마리를 찾아 깊숙이 들어가보면 과거와는 달라진 실리콘 밸리 인사들의 행정부 장악, 그로 인해 바뀌는 방산 시장의 판도를 알 수 있는데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기점으로 전개되었던 새로운 무기 경쟁의 실태를 조명해봤습니다.

또 AI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신약 개발 분야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노벨화학상으로 떠오른 ‘알파폴드’가 바로 그것인데요. 알파폴드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제작진은 이 신약 개발 과정의 효휼성을 극대화 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과연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AI가 한 몫 해낼 수 있을까요?

물론 AI 기술의 발전이 무한대로 이어질 수 없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 이면에는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운영과 AI 학습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실입니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AI 시대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함께 모색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챕터는 떠오르는 중국, 붉은 용의 세 가지 무기입니다.

중국 제조업의 성장세는 글로벌 공급망에 거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압도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중국 제조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유통 부분에선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파격적인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벌써 2차 공습이 시작되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중국의 속내와 굴기를 가능케 했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요?

중국은 우수한 과학 인재들도 흡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측면에서는 더 나은 연구 환경과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현상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재 유출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내 연구 환경 개선과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변화하는 부의 지형도를 살펴봅니다.

먼저 초미의 관심사인 암호화폐 시장부터 알아봅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대상을 넘어 국가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을 비축하겠다’는 발언이 암호화폐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과 투자에 따르는 위험성, 규제도 함께 짚어봅니다.

부자의 기준도 따져봅니다. 최근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300억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시장이 열린 겁니다. 이들을 고객으로 만나는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슈퍼리치들은 어떻게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증식시키는지, 일반 투자자들이 참고할만한 자산 관리 노하우가 있는지 말이죠.

2025년 3월부터 바뀌는 시장 거래 시스템도 살펴봤습니다. 바로 대체거래소(ATS)의 등장입니다. 투자 시간 확대와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해외 대체거래소의 성공 사례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 리스크를 간과하지 않도록 생활 속 지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은 무엇일까요?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는 자영업이 그 첫 번째입니다. 최근 들어 ‘폐업하고 싶어도 문을 닫을 수 가 없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라는데 먼저 구조적인 문제부터 살폈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유독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쟁 심화, 경기 침체, 플랫폼 수수료 등 자영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세부적 요인들을 분석하고, 생존 전략과 정부 지원 정책의 실효성도 객관적으로 평가해 봤습니다.

초고령화도 유난히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죠. 이런 가운데 은퇴 후에도 활발한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욜드(YOLD, Young Old) 세대'가 새로운 경제 주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소비 패턴과 투자 전략, 사회 참여 활동을 분석하고,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그에 비해 청년 1인 가구는 급속하게 늘고 있는데요. 주거, 소비, 사회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 지형에 심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주거 불안정, 고립 문제 등 심각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합니다. 청년 1인 가구의 건강한 독립을 지원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모색해 봤습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해 보고자 그린벨트와 CR리츠 등의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부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만년 저평가’ 국내 주식 시장 이야기도 빼 놓을수 없습니다. 왜 코리안 디스카운트는 고질적이라는 말을 달고 살까요? 기업 지배 구조, 배당 정책, 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탓인데요, 진정한 'K밸류업'은 가능한 것인지 주주 가치 제고, 기업 경쟁력 강화,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주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짚어봅니다.




그간 브런치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큐레이션하다가 문득 최근 제가 발간한 책이라 사심도 살짝 넣어 기록으로 남깁니다. 혹시라도 책을 사서 읽어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바라건대 경제 뉴스에 대한 장벽이 1cm라도 낮아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는 오늘도 '지식과 사람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에 킵고잉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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