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지 않는 것에 대하여
대통령의 방일 후 그 결과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먹거리는 더욱 그렇다. 당장 밥상위에 올릴 생선마저 위협을 받는 실정이라면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
그러나 미 기밀문건 등 다른 외교문제가 대두되면서 키를 쥔 권력자들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휩쓸려 갔다.
'기억'이라는 것은 노력해야 하는 것이 됐다.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사람들은 불안하다. 정말 괜찮은 것인지 여러 단체가 검증에 나섰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일본의 모니터링이 신뢰할만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기사 말미에 적혀있듯이 정치의 의사 결정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포심 역시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찾아서 소리를 채집하고 피아노를 연주했다. 다큐 'CODA'는 이런 과정들을 그대로 담았다. 물에 잠겼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폐허에서의 울림은 더욱 컸다. 일본열도를 휩쓸고 지나간 쓰나미에 대한 상처는 컸고 사람들은 위로가 필요했다. 생각보다 악기가 온전해서 더 위로가 됐는지도 모른다.
거장은 10년간 병마와 싸우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고 바로 며칠전 작고했다.
2011년.
10여년이 넘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아직도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한다.
그 증거로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생각한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최근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흥행은 아이러니하다.
영화는 메타포로 '동일본대지진'을 가져왔다. 주인공 스즈메는 재앙을 막기 위해 온갖 문을 잠그고 다닌다. 지하에서 부터 마그마처럼 솟아오르는 재앙은 문을 통해 흘러 나와 지진을 일으켰고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문을 잠구는 행위는 무엇인가.
나는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재앙이 일어나면 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또 선비같이 반복하게 되면 사람들은 결코 시선을 주지 않을 것이기에, 환상적인 그래픽과 음악, 스토리텔링.
수십년을 연마해왔을 공력들을 모았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실제 재난이 일어났던 곳을 그렸다. 아마 일본인들은 각 장면들이 하나의 회상 도구가 되었을테고 다시한번 그날의 상처를 보듬을 기회가 됐을 것이다.
마음이 닿는 지점은 같았던 걸까.
일본 못지 않게 상처를 머금고 있는 나라. 국내 흥행 일본영화 중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우리는 기억해야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기억'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