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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Apr 24. 2023

한미동맹과 Colors의 상관관계

공익적 목적의 캠페인과 디자인에 관하여

미국에 순방 중인 대통령 소식이 이따금 들어온다.

외신과의 인터뷰와 각종 발언들로 외교는 격랑 속에 있고 점점 선명해지는 노선에 혹시라도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운 맘이 들어 뉴스를 살펴본다.

그러다 문득 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에는 한미동맹 70년을 기념하는 광고가 등장했다는.


KBS <미 워싱턴에 한미동맹 70주년 광고 등장...이제석 연구소 합작>

한국문화원 외벽과 지붕에 1953년의 한국군이 성조기를, 2023년의 미군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 양국의 이미지를 결합한 엠비언트 광고라고 한다.

홍보수석실과 '이제석 연구소' 기획했다고 설명이 붙었다.


잠깐,

이제석이라면, 광고천재 이제석?

한참 캠페인에 관심이 생겼을 때 특히 공익적 목적으로 시각자료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연구할 때 들여다본 광고인이다. 요새는 잊고 지냈는데 내로라하는 작품들로 해외에서 상도 여러 번 탔고, 돈 버는 데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러나 창의를 공익적 목적에 기꺼이 바치는 사람.


처음 그의 광고를 봤을 때,

군더더기가 없고 메시지가 참 명확했다.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도 않고 마냥 심각하지도 않은데 그 장면은 꽤 오래 뇌리에 남았다. 마치 계절마다 바뀌는 광화문 교보문고의 '글귀' 전광판과 같이 나의 콘텐츠 제작 철학이나 삶에 은연 중 어떤 식으로든 강력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이라크 전쟁 종식을 위한 캠페인
정부와 지자체의 ‘군중 안전을 위한 표지판 도입 촉구’를 위해  
빈 광고판 / 후렉스 뒷면에 유성페인트로 붓질하여 제작.  혜화역 2번 출구  
"The loss of Dokdo, The loss of Korea."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티보칼맨도 그런 의미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

정식으로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티보칼맨은 서점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웠다.

‘버내큘러’는 그가 디자이너로서 중시했던 개념 중의 하나다. 그것은 ‘특정 문화나 지역, 집단에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를 의미한다. ‘버내큘러’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학적인 세련미는 덜할지라도 나름의 인간미를 가진 주변환경을 일컫는다. 예컨대 할렘가의 식료품점 간판이라든가 얼음 배달 트럭의 외관을 치장한 그림처럼, 조악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비주얼이 그가 좋아했던 ‘버내큘러’ 디자인이다.

특히 그가 편집한 잡지 <Colors>에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디자인계와 출판계에 만연한 거만함과 지나친 방임을 폭로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인종, 종교, 에이즈 등의 당시 민감한 주제에 혁신적인 레이아웃을 덧붙여 가장 혁신적인 잡지를 만들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이렇게 예쁘장하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나와 내 동료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




잡지 <Colors>



다시 돌아와 나의 이러한 의식의 흐름 속에 돌연 한미동맹과 이제석은 좀 어색하다.

정상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호기심의 눈길이 가기에 충분했다.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이다.


창의를 공익적 목적에 쓴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

그만큼 기회비용도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그만한 대가를 치렀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공익은 거창한 게 아니라 늘상 우리 곁에 있다.


티보칼맨 <하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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