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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Oct 14. 2023

변화에 대한 갈망

유사리더와 진성리더

“사람은 절대로 고쳐 쓰는 게 아니야”   

  

심심찮게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웃으며 끄덕거리곤 했었다. 그러나 가치관과 성격이 잘 변하지 않는 건 맞지만, 이 말에는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편견에 머물러 있다. 그 말을 하는 당사자 또한 ‘나 자신도 달라지지 않아’라는 뜻이 담겨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진성리더를 설명하는 개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사명을 내재화한 품성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진성리더보다 더 진성리더같아 보이는 리더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유사리더와 명백하게 구별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품성’은 모방될 수도 없거니와 설령 모방이 가능하더라도 저절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성이란 측면은 다분히 선천적이며 고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품성과 인성은 어느 면에서는 구별되어야 하겠지만, 국어사전에서도 품성을 ‘타고난 성질’로 정의하고 있듯이 개인의 성향과 신념, 가치관이 종합적으로 고착된 것이 품성이다. 따라서 단지 몇 번의 교육이나 훈련, 또는 계도 등에 의해 품성이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매우 어렵다. 그러기에 진성리더가 되는 것 또한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한 인식은 객관적이고 명확하긴 한 걸까?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40세 사람들에게 “앞으로 10년 동안 가치관과 성격이 얼마나 변할 것 같은가요?”라고 질문했다. 그들이 답한 변화의 정도는 고작 10%였다. 즉 변해봐야 10% 정도만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다. 그런데 50세가 된 사람들에게 “지난 10년 동안 가치관이나 성격이 얼마나 변했나요?”라고 물어보자 완전히 다른 답이 나왔다. 50세 응답자가 대답한 수치는 40%가 넘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런 답을 한 50세 응답자에게 “그러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얼마나 변할까요?”라고 물으면 그들의 답은 또 바뀐다. 그들이 답한 자신의 미래 변화의 정도는 약 5%에 불과했다. 

즉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변화를 현실보다 매우 보수적으로 예측하는 셈이다. 자신의 조건과 입장에 따라 변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크게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성리더십을 접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다. 만약 품성이 변화하지 못한다면 유사리더가 진성리더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일어나는 변화와 변화의 인식간에는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변화가 내가 원하는 만큼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혹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변화를 포기하는 건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변화의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건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자신에게 유사리더의 모습이 존재했었음을 자각하고, 진성리더를 닮아가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며 변화를 삶에서 구체적으로 도모해 나갈 때 사명은 내재화되고 품성은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세스고딘은 현대사회에서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측량되지 않고 수량화되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 길은 다름아닌 변화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다. 여지껏 다른 사람의 목적을 위해 살아왔던 길에서 벗어나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로 ‘작정’할 때 우리사회는 좀 더 의미있는 곳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남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결국 아무 발자국도 남기지 못하는 법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기 원하는 자세는 진정한 변화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다.      

이제 누군가 같은 얘기를 건넨다면, 여전히 작은 웃음을 띈 채 이렇게 말해야겠다. 


“음...아닙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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