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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샘 Aug 20. 2021

영화 속 교육 이야기 4 - 부정입학 스캔들

작전명 바시티 브루스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만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영화이다. 넷플릭스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놀랍고도 고맙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영화는 흥행할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이 영화가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부정입학 사건을 영화화했기 때문인데, 2019년 미국의 유명 연예인, 셀럽, 의사, 법조인 등이 자녀의 입시 부정에 연루되면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된 대학들이 무려 스탠포드를 비롯해 예일, 조지타운, USC, UCLA, 텍사스 대학 등등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대학들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제 입시 브로커 윌리엄 릭 싱어는 부자들에게 돈을 받고 일명 ‘옆문’을 통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싱어는 일부 명문대학들이 체육 특기자 전형을 통해 평균 점수에도 못 미치는 학생에게 입학기회를 주는 것을 악용해 특정 스포츠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학생이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알선했다. 고등학교 농구 코치 출신이었던 그는 어떻게 하면 명문대학에 ‘수구’라든지, ‘승마’, ‘요트’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 체육특기생을 만들어서 입학 시킬 수 있는지 잘 알았고 이를 이용해 멀쩡한 학생들을 수구 선수로 만들거나 요트 선수로 둔갑시켜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고 거액의 금품을 챙겼다. 그의 입시 부정은 더욱 대담해져서 장애학생에 대한 SAT·ACT 시험 특혜를 악용해 일반 학생이 혼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 제3자가 대리시험에 임하거나 시험 중 학생에게 답을 알려주거나 시험이 끝난 후 학생의 답안지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해당 학생의 부정 시험을 성사시켰다. 이는 그 당시 미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유발했다. 사실 그 분노는 법을 어긴 범법자에 대한 분노보다도 평등을 이야기 하던 헐리우드 진보 엘리트들이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앞서 나가려 한 것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고 분석된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입시비리가 FBI에 의해 발각되고 FBI가 장기간 릭 싱어의 휴대폰 통화를 도청했으며, 그 도청된 통화 내용을 바탕을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연기자들이 통화 하는 연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실제 범인들의 통화 내용을 똑같이 재연했다고 하니 흥미롭다. 

1. 능력주의의 한계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돈 많고 잘나가는 부모들이 입시부정을 저지르면서 절대 자기 아이들이 모르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믿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자녀들의 능력으로 말이다. 그러나 애시당초 앞문으로 당당히 입학학생들도 과연 온전히,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으로 명문대에 합격하는 것일까? 

  실제로 SAT 점수와 수험생 집안의 소득이 비례관계를 나타낸다. 더 부유한 집 학생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생 2/3 이상이 소득 상위 20% 이상 가정의 출신임은 놀랄 일이 아니다. 프린스턴과 예일에는 미국의 소득 하위 60% 출신 학생보다 상위1% 학생이 더 많다.  (공정하다는 착각, 2020, 마이클 샌델)

 마이클 샌델은 릭 싱어의 행동은 분명 불법이지만, 공정의 관점에서 전자나 후자나 공정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임을 그의 책에서 지적한다. 공정하다는 착각일 뿐이라고 말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로 이화여대에 특혜 입학하게 되고, 이대 학생들이 이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던 적이 있다. 당시 이화여대 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돌 뿌리를 파내려고 팠는데 지구 내핵(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와 버렸다.” 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미국보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는 입시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 정시확대를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고 교육부장관이 갈아치워지는 나라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입시에서 공정함은 매우 중요한 화두이다.  



 그런데 이 공정함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늘 혼란이 생긴다. 공정함의 첫 번째 의미는 ‘형평성’이다. ‘부잣집 아이들이 명문대를 독점하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때 ‘공정함’은 ‘형평성’, 또는 ‘결과의 평등’을 의미한다. 공정함의 두 번째 의미는 ‘비례성’이다. 결과가 실력이나 능력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신이나 세특이 교사별 편차 때문에 불공정하다거나 비교과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할 때의 ‘공정함’은 ‘비례성’ 또는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   

  ‘학종이 더 공정하다’고 주장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공정함을 ‘형평성’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형평성을 기준으로 보면 학종이 수능보다 공정하다. 학종을 통해 지방에 있는 학생들, 저소득층의 학생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학종에서 부모찬스의 특혜를 누리는 학생들이 만약 있다면 지극히 극소수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을 강화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공정함을 ‘비례성’ 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인정받아야 하고 보상과 능력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능력의 우위를 가리기 위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면 1점이라도 더 점수가 높은 사람이 능력이 뛰어난 것이고 그러니 그에 따른 보상은 마땅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문재인 이후의 교육, 2021, 이범) 

 그러나 이것은 극단적 경쟁체제가 낳은 비뚤어진 능력주의, 비례성이라는 것을 학생들을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잘 안다. 게다가 누구도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동일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기에 그의 진짜 능력이라는 것이 대부분 유전적 유산(심지어 노력하는 능력 조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사실 과정의 공정성이란 허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 아이는 95점을 맞아서 명문대에 불합격 했는데 저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는 똑같이 95점을 맡고도 지역균형선발로 합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이후에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날의 계급투쟁은 노동현장에서가 아니라 입시현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 누가 피해자인가?  


 영화는 단순히 어떤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누가 피해자인가?” 영화 속에서 FBI는 릭 싱어와 그 연루자들 그리고 33명의 학부모를 기소한다. 그런데 “피해자는 누구인가?” 대학은 피해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피해는커녕 그 입시비리 덕분에 엄청난 금액의 후원금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시부정을 입학한 학생 때문에 부득이 탈락한 학생들? SAT 성적 조작을 통해 입학한 경우는 부정입학한 학생 때문에 분명 부득이 탈락한 학생이 발생했을 테니 그 학생들은 분명 피해자가 맞다. 그러나 법원과 대학은 그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례처럼 거의 지원도 하지 않는 희소 스포츠의 체육특기생 같은 경우에는 특정한 누군가의 입학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물론, 당시 미국 명문대의 경우다.) 

 오히려 피해자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일 것이다. 그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박탈감, 실망, 좌절, 그리고 배신감. 이것은 다시 불안으로 바뀌어 더욱 입시 경쟁을 심화 시킨다. 부정입학 사건이후 미국의 입시 경쟁은 더욱 가열되었고 앞에서 언급한 미국의 주요대학들은 개교이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연스레 한국의 상황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은 드라마 스카이 캐슬 이후 입시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웃픈 현상이 생겨나게 되고 학력고사 시대 사람도 ‘학종 = 불공정’  이라는 프레임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조국 일가가 입시 부정을 저질렀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미국민들의 분노를 느낀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실제 사실과 상관없이 한국의 언론과 검찰이 기름을 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진보 엘리트 그룹에 대한 실망,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던 그들에 대한 배신감, 사실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조국 일가에 그런 의혹이 제기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찾아오는 박탈감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음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교육부는 이 사태를 교묘히 이용하며 정시를 40%까지 확대 하였다. 재미있는 건 이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보면 정시 100%를 주장하는 소시민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은 한동안 이러한 공정성 시비로 혼란스러울 것 같다. 


 하여튼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인 것 같다. 꼭 영화를 보고 아래 질문에 답을 해본다면 좋겠다. 



 -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할 질문 - 


1. 당신이 생각하는 공정은 결과의 공정(형평성)인가? 능력에 따른 공정(비례성)인가?


2. 만약, 둘 다 라고 이야기 한다면 능력에 따른 선발이 결과의 공정성 까지 담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3. 만약, 당신이 엄청난 부자인데, 합법적으로 기여금을 내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나? 


4. 만약, 합법적으로 기여금을 내고 자녀를 입학시켰다면 그것은 과연 ‘공정’ 한가? 공정하다면 그것은 형평성에 맞다는 것인가? 아니면 능력에 따른 공정 즉 비례성에 따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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