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조창환 교수에게 듣는 마케팅의 미래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기업과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지 않은 기업은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소비자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씀씀이가 이뤄진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마케팅 Executive 과정을 신설했다. 30명 정원에 107명의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지원해 1기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언론홍보대학원의 명성을 입증한 조창환 언론홍보대학원장을 만나 코로나 시대의 마케팅 대응 방안과 시대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조창환 교수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호주에 이민 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유학 초반에 영어 때문에 고생했지만,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광고학을 전공한 계기가 됐다. 텍사스 대학교에서 광고학 박사를 취득하고, 1999년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첫 교수직에 올라 지금 21년 차 교수다. 2008년부터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디지털마케팅과 광고 테크놀로지를 가르쳤고 올해 언론홍보대학원장을 맡았다.
저널리즘은 언론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과거 언론의 중추적 역할은 신문이 담당해 오다가 TV 시대로 변화했고, 현재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다. 저널리즘을 다루는 학과명도 언론학과, 신문방송학과에서 미디어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쓰기 시작했다. 조창환 교수는 뉴미디어광고를 연구한다. 언론홍보대학원은 광고 마케팅 현업에 있는 이들을 재교육하는 특수대학원이다. 동문이 4천여 명에 달하며 현직 광고인과 기자, 피디, 아나운서, 정치인 등 다양한 전문인이 이수했다.
조 교수는 유학 후에 전공을 고민했다. 처음부터 광고학을 정해두지 않고 위스콘신 대학에서 언론, 방송 제작, 광고 과목을 공부하다가 광고학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며 사람을 설득하는 학문에 관심이 있었다. 광고 콘텐츠는 수용자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기에 인지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을 공부해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았다.
학부 때는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만 잘 치르면 됐는데, 문제는 대학원 수업이었다. 한 교수님이 동양인 유학생은 모두 퍼니처(가구)라는 말을 했다. 세미나 과목이어서 학생과 소통을 많이 하는 수업인데 언어가 서툰 동양인을 말 못하는 의자와 같은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조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아티클 하나에 미국 학생의 열 배 이상의 노력을 해도 토론에 참여하기 어려웠고 문화적 차이도 컸다. 그 수업에서 의자가 아닌 제대로 된 학생이 되려고 분투한 끝에 발표 수업에서 1등을 했고, 해당 교수님은 논문 지도까지 해주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태도와 열정이 통한 것이다.
1999년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처음 교수가 됐을 때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미국 주립대학 교수가 되는 건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매우 드물었다. 특히 네브래스카주는 백인이 많은 지역으로 외국인 교수를 처음 본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조 교수를 스승으로 의심쩍어했고, 조금 서툰 영어로 강의하는 조 교수에게 차가운 반응이 다분했다. 그러나 그 첫 학기가 끝날 무렵, 언더그라운드 가수인 벤이라는 학생이 조 교수를 위해 작곡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학기 초에 특히 불신을 가진 그가 점점 태도가 바뀌더니 진심 어린 선물까지 준비한 것이다. 강의실 뒤에는 학과 교수들이 모두 참석해 박수를 쳐주었다. 눈물을 흘린 그 현장에 이르기까지 조 교수는 진정성을 가지고 첫 제자인 40명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눈을 맞추어 강의했다. 리포트에 코멘트도 세심하게 달아 전달했고 혼신의 힘을 다해 수업하는 조 교수의 진정성이 점점 빛을 발했다. 이러한 진정성 수업은 연세대 제자들과도 통하고 있다. 인터뷰 전에도 조 교수는 제자의 인생 상담을 하고 있었다.
“특히 요즘 광고의 키워드가 진정성입니다. 전통적인 TV 광고는 연예인 모델이 화려하게 상품을 포장해 인위적으로 설득하는 광고였다면, 디지털 매체가 발달한 현재는 일반인이 생활 속 이야기에 B급 감성을 버무린 콘텐츠가 각광 받고 있죠. 가식적인 것보다 진정성 있게 가치를 부여해 주는 광고가 마케팅 트렌드로 주목받는 시대입니다.”
1992년 개원한 언론홍보대학원은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의 동문이 각각 2천 명으로 대통령과 언론매체 대표, 연예인, 아나운서, 정치인 등 유명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동문파워의 특수대학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공은 광고 홍보, 방송문화 콘텐츠, 저널리즘과 뉴미디어 등 세 가지다. 지원하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예전에 비해 재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광고, 유튜브 시대가 등장할 줄 예상 못했죠. 갑자기 밀려온 AI 시대, 빅데이터의 활용에 대해 배운 적이 없습니다. 졸업 후 3년 만에 석사 과정으로 들어온 경우도 많습니다. 언론홍보대학원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전환 사회에 맞춘 실무자급 재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은 국내 특수대학원 중 경쟁률이 가장 높다. 방송사들과 접근성이 좋은 위치적 장점도 한몫하고 있고, 이곳 출신들이 각 매체사에 많이 진출해 있다.
조 교수는 디지털마케팅 Executive 과정을 개설해 4대 1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리는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는 조 교수가 광고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서 발견한 새로운 니즈가 있었다.
“마케팅과 광고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분들은 레거시 매체 광고만 해오다 등장한 디지털 매체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어요. 뉴미디어와 에드테크놀로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면서 비대면으로도 모든 진행이 가능합니다. 새로운 광고 용어와 구매가 등장한 현실에 접하는 낯선 두려움을 해소시킬 실무 과정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7월 1일 개강을 앞두고 한 달간 모집한 초반에는 지원자가 10명도 모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라 폐강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조 교수는 직접 기업 대표들에게 전화하고 여러 루트로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개강을 코앞에 두고 지원자가 몰려왔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쇠락한 기업과 대박 난 기업이 나뉘었는데 그 원인은 디지털 전환에 있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무시한 미국 유명 백화점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반면 디지털 전환 비율을 늘려온 월마트는 지금도 건재합니다. 기업의 이런 극명한 차이에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디지털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기업의 이런 불안감에 주목해 커리큘럼을 구성한 조 교수의 수업에 실제로 유명 대기업 임원들과 광고대행사 대표 등이 열정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위기의식을 교육으로 해결받고자 한 지원자를 모두 뽑으려 했지만, 공간 수용과 실습의 어려움으로 내년 초에 진행하는 2기로 분산시켰다. 한편 실무자 대상의 프로페셔널 디지털마케팅 과정을 10월에 개설해 수강생 특성을 반영해 운영할 예정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조 교수의 연구 대상이다. 그는 한국인의 집단적 일치감을 따르는 ‘집산주의’ 특성을 들어 설명했다.
“유튜브를 많이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유독 관심이 많은 민족임을 방증합니다. 한국인은 자기 주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를 궁금해하죠. 유튜브는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한 곳입니다. 유튜브의 카메라 앵글을 지상파에서도 모방할 정도입니다. 실생활 V로그와 리얼 예능이 많은 이유도 집산주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일상을 기존 매체에서 풀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유튜브에서는 동질감을 주는 일반인 콘텐츠가 큰 설득력을 발휘하죠.”
조 교수는 광고도 판매자의 노골적인 설득 메시지에서 유튜버들의 친화적인 메시지에 신뢰도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메시지에 대한 신뢰는 연예인보다 가까운 친구가 써본 제품의 장단점 설명에서 힘 있게 전달됩니다. 신문기사나 광고보다 인플루언서가 언박싱을 통해 알려주는 전문성을 신뢰하죠. 기업도 인플루언서와 연계 마케팅을 진행하는데 문제는 인플루언서가 돈을 받고 상업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죠. 진정성을 상실하고 바로 외면받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상업성과 진정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진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투영할 것인지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광고 효력에 대한 데이터 툴을 만드는 인덱스를 개발했다.
“롯데와 협업해 여러 계열사가 진행하는 SNS에 투입된 광고비가 어떻게 쓰이고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인덱스를 개발했죠. 롯데 계열사들은 매년 SNS 광고에 대해 정량 지수, 정성 지수로 평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지표로 예산을 설정하고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고 있죠.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도 받아 정부 부처 소셜미디어 평가 인덱스도 개발했습니다.”
“3A라는 말을 씁니다. ‘Accountability, Authenticity, Alteration’입니다. 첫 번째 Accountability는 ‘설명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집행한 비용이 어떻게 쓰이고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분석과 그 자료를 투명하게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디지털로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마케팅 또한 디지털상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즉시 주문과 매출이 가능한 쪽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죠. 이는 투명성과도 연관됩니다. Authenticity는 ‘진정성’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진정성 있게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 Alteration이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변신’입니다. 저는 학부생에게 변신에 귀재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인재상은 변신이 능수능란해야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병행해야만 새로운 바이러스 국면과 매체에 대처할 수 있죠.”
조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마케팅에 신속히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일의 미래>라는 리포트에서 기업들 대상으로 언택트 시대에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분석 결과가 발표됐는데, 58%가 온오프 혼합해서 한다고 했다. 즉, 100% 오프라인과 100% 온라인은 불가능한 시대다. 하이브리드 디지털 경제 시대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기업은 근무환경부터 예산집행, 마케팅 모두 온오프라인을 혼합해야 합니다. 다음 학기 연세대도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합니다. 양쪽을 적절히 배합해 변신하는 능력을 갖춰야 기업과 교육 모두 코로나 국면을 타개할 수 있죠.”
조 교수는 교육도 하이브리드 디지털 경제처럼 하이브리드 수업으로 변화해야 할 것을 말한다. 특히 혼합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100퍼센트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은 쉽습니다. 언론홍보대학원 디지털마케팅 과정은 혼합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흔히 혼합을 3시간 수업을 2시간은 비대면 실시간으로 하고 1시간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생각합니다. 이는 혼합이 아닙니다. 실시간 비대면과 대면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혼합 수업이죠. 다보스 포럼을 비롯한 국제 학회들이 이렇게 실시간 혼합 형태로 진행하고 있죠.”
조 교수는 7월 8일과 9일에 열린 글로벌 마케팅 콘퍼런스 ‘DMS 2020’에서 키노트 강연을 했다. 그는 ‘코로나, 시장의 충격과 혼돈 기술의 진화 그리고 마케팅’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접속한 일리노이 대학의 함창대 교수와 함께 글로벌시장의 현황과 마케팅 대응 방안을 전했다. 이 강연의 현장 관중은 200여 명이지만 온라인으로 로그인한 전 세계 관중에게 전달됐다. 조 교수는 진정한 하이브리드 강연의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언론홍보대학원의 4천여 동문은 연대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언론과 광고 업계의 이 네트워크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죠. 우리 사회와 연세대학에 도움이 되는 동문파워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 교수는 최고위과정 활성화, 교육 프로그램 다면화, 커리큘럼 고도화와 함께 언론홍보대학원 출신들이 자부심을 고양하도록 동문회를 활성화시키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매체를 다루는 전공답게 트렌드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해 현시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언론홍보대학원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