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성태윤 교수, 바이러스 시대에 필요한 현실 인식과 경제 전망
코로나19로 전 세계를 지탱해온 질서가 흔들리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혼돈과 불안의 정점에 경제 위기가 있다. 경제 문제 해법 그리고 코로나19를 대하는 현실 인식과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경제학부 학부장 성태윤 교수를 만났다. 성 교수는 KBS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에 출연해 “실업 팬데믹”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성 교수는 고교 시절부터 경제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수학을 좋아했고, 실제 현상을 다루면서 엄밀한 접근을 다루는 경제학이 흥미로웠다. 사람과 사회에 관한 관심이 깊어 경제학을 선택해 학자와 교수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코로나19의 공포에 대해 질문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심리 중 하나가 공포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다가오는 공포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주시하며 측정합니다. 시장이 안정적이지 않고 상황 변화가 심할 때 제어가 어려운 핵심에는 공포와 불안이 있죠. 현재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불확실성에서 공포가 일어나고, 그 공포는 불확실성과 연결돼 투자 위축을 일으키죠. 경제활동의 의사결정에서 실제 투자가 일어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불확실성입니다.” 성 교수는 코로나19가 주는 불확실성으로 평상시의 의사결정이 침해받으면서 경제 타격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일상적으로 꼭 필요한 소비는 여전히 이뤄집니다. 그런 대면으로 못하는 소비들이 발생해 두려움을 주고 있죠. 대면 파트가 회복되면 점차 나아지겠지만, 투자 부분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침체가 이어질 수밖에 없죠.”
“경제 원칙은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작용하고 수요와 공급을 만들어내는 많은 요인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작용하고 덜 작용하느냐의 문제죠. 그중에 효용이 발생하는 수익이 있고,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수요와 공급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수익이 증가하는 것과 비용이 증가하는 게 무엇인지를 분석함으로써 상황 변화에 맞는 정책을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갑자기 높아진 비용이 대면 접촉 비용입니다. 접촉의 고비용이 가격 결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죠.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만 꼭 접촉해야 하는 사람은 비용을 지불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만나죠. 비용이 높아졌을 뿐 행위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비접촉 형태의 소비와 투자가 강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4차산업혁명이라 일컫는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정보 테크놀로지에 관련된 큰 변화가 일어났고 그 비용은 낮아졌습니다. 트렌드 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보처리 비용의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접촉 비용의 증가,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비접촉 형태의 소비와 투자가 강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다만 이것이 완전히 고착화될 것인가의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단기간의 현상인지 장기간 고착화될 것인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라며 “교육도 단순 정보 파트와 대면 파트로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대학교육은 정보전달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교수와의 인터렉션이 중요하죠. 그런 인터렉션의 비용과 가치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신자유주의의 약점을 부각시켰다는 의견에 대해 성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은 신자유주의와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이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이 침해받는 현상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와 관련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용과 혜택의 변화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슈죠.”라고 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막힌 지금, 해결책은 무엇일까?
“여러 나라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가져온 GVC에 대해 이제는 전 세계적인 밸류체인이 필요한가, 하는 논조가 일어납니다. 사실 전 세계적 글로벌 라이징은 비용이 낮으면서 이익이 많은 시스템에서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라이징이 약화되니 한 나라 안에서 모든 방식을 가능케 하는 형태가 낫다는 발상도 있지만, 이익과 생산성이 떨어져 경쟁에서 도태되고 맙니다. 이동이 제한될 때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준글로벌 라이징된 네트워크에서 밸류체인을 만드는 게 유리합니다. 기존 GVC의 한계는 핵심 역량을 유지하고 중요한 몇 개국과 연계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죠. 하나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코스트는 높으니까, 핵심 단계를 나누고 연결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한 나라가 전 공정을 생산해 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생존경쟁력의 핵심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생존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죠. 예를 들어 개인이 시간을 들여 변화해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과 피드백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식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관계, 즉 교육을 통해서입니다. 교육의 핵심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있고, 이 두 가지가 결합돼 있죠. 비공식적인 만남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수단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하는 문제의 키워드가 교육입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는 이 불평등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이 평등하게 제공되고 있는지의 연구와 함께 대학교육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성 교수는 경제학 용어인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들었다. 어떤 요소의 경제활동이 그 요소의 생산성 또는 다른 요소의 생산성에 영향을 줌으로써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효과처럼, 좋은 사람과의 교류로 만들어내는 강점과 피드백이 사람과 사람 간에 더해져 좋은 사회로 변화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건강에 대해 투자를 많이 하고 바이오산업도 발달했지만,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선진국이면서 코로나에 쓰러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 경우를 분석해 봐야 합니다. 미국처럼 의료가 민영화된 나라와 유럽처럼 사실상 의료가 국영 체제인 시스템입니다. 경제의 많은 문제도 원칙은 시장경제를 따르지만 해결이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개입합니다. 하나의 방법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를 일으키죠. 원칙을 지키면서 각 특성에 따른 실행이 필요하죠. 일반 대중의 의료 접근성은 공공 부문이 효과적이지만, 의료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민간 부문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가 이런 특징을 보여주는 있죠.”
한편 스웨덴은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집단면역정책을 택했지만, 사망자 데이터는 높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 2차 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견지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개인 활동 강제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이 2차 유행에 대한 문제입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계속 우려하던 문제였죠. 과거 스페인독감의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이 2차 유행 때였습니다. 코로나19도 2차 유행 때 심각한 경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RND를 중요하게 보는 경제학 관점에서도 백신은 빨리 안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치료제는 비교적 용이하게 개발될 것이라고 봅니다. 면역을 통해 안정화되는 과정을 바라기보다 치료의 관점에서 의료체계의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갑자기 어느 시즌에 수요가 폭발해 버리면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져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료체계에서도 소비의 안정화가 필요하죠. 경제활동을 위해 개인 활동을 어느 정도 풀어줄 것인가의 문제보다 환자 발생 추세, 병원 수용 능력을 보고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저는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의 가구에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왔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얻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분석해 보면 소득이 높은 분들은 다른 소비를 대체해 썼거나, 미래에 쓸 소비를 당겨서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분들의 지원금 효과는 높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투입된 돈에 대한 효과를 측정합니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서 효과가 높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실업자, 수입이 줄어든 분, 기준치 소득의 아래에 있는 분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까지 지원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이고, 국민 전체에 현금을 지급하려고 빚을 지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외환위기 수준의 경제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고용에 있을 것이다. 성 교수가 강조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일자리를 지키고,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경제 타개책의 기본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고용을 유지하면서 월급을 기존대로 지급하기 어렵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고용은 유지하더라도 임금은 조정할 수밖에 없죠. 그 대신에 일자리는 유지되게 하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탄력적인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가 늘어나도록 규제 체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업이 대규모 해고를 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우리는 무조건 좋아질 거라고 낙관하는 방식과 세상은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비관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개선하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 상황이 어렵고 나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우선 필요하죠. 코로나19가 안겨준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그 변화에 맞게 나 자신과 경제, 기업이 대응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경제 원칙일 수 있습니다. 즉, 경제의 수요와 공급, 비용과 혜택에 맞게 상황을 전개하고,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원칙 없이 비관하거나 낙관하는 것으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특히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성 교수는 청년 실업의 심각한 현실을 말할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청년 실업 문제는 두 가지가 결합돼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입니다. 한 번 고용되면 생산성에 상관없이 종신 고용에 가까운 채용이 이뤄지면서 고용에 대한 큰 비용을 부과합니다. 생산성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는 방법이 들어 있지 않죠. 이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을 때는 채용풀이 넓어 청년 채용이 쉬웠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된 지금 노동 경직성은 청년 실업으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채용된 사람이 생산성에 연계된 형태의 임금 체계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기업은 연공서열과 호봉 형태가 안정된 조직으로 구조화돼 있죠. 임금을 생산성과 연계하는 체계로 변환하고 취업 대기 중인 청년들을 끌어와야 합니다. 코로나19가 기업의 경직성과 업무 형태를 탄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경제 구조와 체계를 변화시키는 단초가 된다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항상 어느 시대나 그 시대만의 어려움이 있죠.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좋았던 일로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내게 맞는 원칙이라고 생각한 것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 좋은 방향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는 원칙을 중요시합니다. 시간마다 대응하는 원칙을 제각각 세울 수 있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원칙을 정해서 현실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연세인들도 학문하는 입장에서 가지는 원칙,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준비하고 세운 원칙,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원칙 등 자기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위기의 시대를 견뎌갔으면 합니다.”
성 교수가 경제학과에 입학했을 때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아버지는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크게 기뻐하셨다고 한다. 그는 학부 1학년부터 경제학자와 교수로 인생 목표를 정하고 박진근 교수께 지도받으며 장학금으로 공부해 하버드대 박사를 취득하고 모교에 오기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성실하게 도전했다. 유학을 마치고 얼마 안 되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대우관 리모델링에 아버지 이름으로 강의실을 기부했다.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강의실 앞에서 따뜻한 미소를 짓는 성 교수에게 결국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코로나19의 불안을 이기는 모두의 힘임을 배운다.
_2020년 6월 17일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 인터뷰(인터뷰어: 황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