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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May 02. 2022

우울 일기

숨 쉬는 것도 눈을 뜨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하나같이 괴롭다


SNS에 제대로 된 글(?)을 안 쓴 지 160일이 지났다.

페이스북도 브런치도 흥미가 없어졌고 다 무익하게 보인다.

다시 마음을 혹은 의견을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유익할까?


눈물이 넘치는데 막혀서 괴로운 강둑에 갇혔다.

이 우울과 고통에 대해 하나님은 관심이 있으실까?

종일 신음하는 날이 장기간 계속되다가 문득 숨 쉬는 것도 눈을 뜨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하나같이 괴롭다는 것을 발견한다. 매일!


내가 세상에서 살아야 할 이유와 메시지가 사라졌고

삶의 작은 의미라도 발견한 날은

뭔가 해 보려 하다가 그마저도 소멸되는 현실과 마주한다.


2018년부터 <우울일기>라고 명명한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일기를 써왔다.

방금 그 일기장을 열어보고는 참 열심히 견뎌왔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온통 견딤으로 채워져 있다.

모든 의욕이 소멸된 상태에서 나는 손으로 일기를 썼던 것 같다.


깊은 애착 관계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실 즈음,

정확히는 병원에서 경관식 죽을 소화하지 못하고 욕창이 점점 심해져

돌아가실 날만 남았다던 그 시기부터 나는 점점 우울해졌다.

깊은 우울감은 더 깊은 바닥을 뚫고 마음 아래로 내려가 퍼져갔다.


SNS에 끼적이는 게 무익해 보여서 끊었다.

그러다 난파한 배에 구멍이 더 크게 생긴 절망을 느끼고 숨이 막힌 상황에서

숨을 쉬려고 게시물 만들기 창을 열었다.


미운 사람은 안 보고 싶고 용서하라는 말은 제일 듣기 싫다.

나를 억압하는 것들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결할 힘도 답도 없다.


내 인생의 정류장은 어디일까?

보이지 않는다.

어딘지 모를 종점을 향해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차.

그 차와 같은 인생을 산다.

쉬지 못하는 차는 언제 고장 날지도 모르고

고장 나는 순간이 겨우 쉬는 순간이다.


나는 왜 행복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인생의 궤도만 달리는 걸까?

소망은 무엇이고, 목적지는 어디일까?

수치심과 배신감의 규모는 크고 선명한데

인애와 용납의 기억은 작고 기억나지 않는다.

자다가 새벽에 조용히 떠나는 게 간절하고도 유일한 소원이란 생각을

간신히 입밖에 꺼내지 않고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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